총선을 앞두고 TK(대구경북)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황교안 라인’이 전면 등장할 가능성이 보이자, 지역 보수정치권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당화’ 의혹이 일기도 했던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 지역민으로부터 한국당이 인적 쇄신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TK 보수정치권에는 자천타천 황 대표와 친분이나 인연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친박’(親박근혜)에서 ‘친홍’(親홍준표)으로, 친홍에서 ‘친김’(親김병준)으로 이어지던 TK 보수정치권의 권력구도가 ‘친황’(親황교안)으로 재빠르게 개편된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러다 곧 TK에서 ‘황교안 산악회’ ‘황교안 지지모임’ 등의 사조직도 만들어지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난 ‘황 라인’은 지난 전당대회 때 황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TK 정치인이나 황 전 총리와 박근혜정부 시절 함께한 관료 출신 의원들이다. 또 검사 출신인 황 대표와 여러 가지 공감대가 있을 수 있는 율사 출신 TK 정치인들도 ‘황 라인’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TK 의원 중에서는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 등이 있다.
한국당 공천을 노리는 TK 정치권 인사들은 황 대표와의 ‘연줄’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개중엔 자가발전식 풍문도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이야기다.
경북 정치권에서는 지난 1월 한국당 신임 조직위원장 선발 때 고배를 마신 A씨가 차기 총선 공천을 받으며 정치적으로 부활할 것이란 풍문이 나돈다. A씨가 전당대회 때 황 대표를 강하게 지지했다는 이유다. 또 황 대표와의 학연 등으로 거론되는 B씨, C씨 등도 있다.
이 같은 TK 정치권 분위기 때문인지 보수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다시 ‘사당화’ 논란이 일 수 있는 데다 한국당의 큰 과제였던 인적 쇄신도 흐지부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가 무리해서까지 인적 쇄신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황 라인’이 전면 등장할 경우 한국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정권 탈환을 견인할 참신한 인재 발굴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TK에서 ‘황 라인’ 가능성이 예상되는 인사들 중에 새로운 인물은 찾기 힘들다. 과거 수차례 출마를 했거나 출마를 예고했던 인사들이 황 대표와의 인연을 이유로 재등장하고 있는 정도다.
TK 한국당 한 관계자는 “앞서 홍준표 전 대표 시절엔 TK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이 홍 전 대표와 연줄을 만들어보려 난리였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TK에서 그런 일이 또 반복될 것 같다. 당 대표 측근 중심으로 공천 등이 이뤄지면 참신한 인재 영입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에선 한국당이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TK에서 ‘황 라인’이 더욱 득세할 것 같다. 그럴 경우 부작용도 따를 수 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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