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뻔뻔함은 국회의원의 필수자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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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  발행일 2019-03-19 제30면   |  수정 2019-03-19
여의도의 기득권층에서는
지역구의원수 축소에 반대
여론을 마음대로 해석하며
의원직 유지에 이기적 행동
결국은 기득권 강화만 노려
[3040칼럼] 뻔뻔함은 국회의원의 필수자격인가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선거일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의 룰을 정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더 정확히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회가 ‘싸우고’ 있다. 선거법 개정 논의의 초점은 ‘비례대표제’에 맞춰져 있고, 정당들은 각각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일부 연동형 비례대표제, 비례대표제 폐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기존의 선거제도, 즉 ‘승자독식의 지역구 중심 선거’가 투표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보다 1표라도 더 받아 이기면 해당 지역민 전체의 대표성을 가지는 의원이 된다. 단순화해보자면, 100명이 사는 마을의 대표를 선출할 때 현행 선거제로는 51표만 받으면 무조건 이 마을의 대표자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49명의 표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대표성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은 투표율이다. 규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집단이 아닌 이상, 마을 주민 100%가 모두 투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전략적으로 기권을 하거나, 생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일이 생겨 투표를 못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0대 총선 투표율이 58%였다는 사실을 고려해 다시 생각해보면, 100명이 사는 마을에서 60명이 투표에 참여했을 때 이 중 31표만 얻으면 당선이 된다. 나머지 69명은 선거에서 ‘잊힌 존재’가 되는 것이다. 조금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면, 100명 마을에서 윗집, 아랫집, 옆집 사람들만 잘 설득하면 전체 마을을 대표하는 의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제는 보다 많은 사람의 생각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대의민주주의 안에서 국회는 국민을 가장 잘 대표하는 표본이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는 국회가 국민을 가장 잘 대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옳은 것이 아닐까?

국회의원들은 비례대표제를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국민에게서 찾는 버릇이 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이 우리를 위해 일하는 대변인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성, 효율성, 생산성, 공감능력 등 이 중 어떠한 것도 국회의원들이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웃으며 찬성할 국민이 있을까? 결국 국회의원 구성 변경의 어려움은 의원 본인들이 할 바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대표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대변인이 되어 정치적 생산성과 효용감을 높일 수만 있다면 300명의 국회의원이 400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의 기득권층은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것에 반대한다. 대부분의 다선의원은 지역구의원이고, 그들은 한번 지역에서 당선이 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비례대표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장을 펴고 있으면서 마치 큰 명분이 있는 것처럼 국민을 이용하는 것은 추한 눈속임일 뿐이다.

전면적 혹은 일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은 국민들이 투표라는 의사 표현 행위의 의미를 국회에 더 잘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따라서 일부 정당과 의원들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소수만을 대표하여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 주장의 이면에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가져온 특혜에 더해 소수 집단으로서 희소성의 가치를 더하고 직업의 연속성까지 높이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술책을 단순히 “국민들이 의원 정수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을 핑계로 물타기 하려 한다. 그들의 뻔뻔함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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