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公約과 空約 사이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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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  발행일 2019-03-19 제30면   |  수정 2019-03-19
公約은 지키는 것 맞지만
더러는 空約으로 남겨둬야
탈원전 등 무리한 공약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공약은 이념 아닌 현실
[화요진단] 公約과 空約 사이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공약(公約)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을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이른다. 공약(空約)은 지키지 못하는 公約, 즉 헛되거나 거짓된 약속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公約 중 으뜸은 대통령의 약속이다. 모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약은 모든 선거때 유권자들의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작용한다. 어떤 공약을 준비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 수 공약은 장밋빛으로 포장된다. 이 탓에 선거 후 공약 실천 여부를 놓고 늘 논란이 반복된다.

공약은 당연히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실천된 공약은 국민(유권자) 다수로부터 공감을 얻고, 삶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줘야 한다는 전제가 담보돼야 한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차라리 공약(空約)이 낫다는 얘기다.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국민에게 되려 큰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일부 공약 중 空約으로 남겨뒀어야 할 것들이 꽤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정책이라 부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2020년까지 시급 1만원), 보 상시 개방이나 철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등이다.

현 정부 들어 가장 먼저 실행에 들어간 탈원전 정책은 시작 단계부터 국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무산됐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계획도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국민 서명자 수만 늘려가고 있다. 19일 현재 43만명을 넘어섰다. 원자력학회가 지난해부터 세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이용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최근 온나라를 뒤덮은 미세먼지 공포는 탈원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 생산 영역에서 미세먼지 발생은 석탄화력 > LNG화력 > 원자력=신재생에너지 순이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발생이 거의 없는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석탄발전량과 LNG발전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전기 생산영역에서는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 증가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겠다고 하지만 비현실적이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한 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당장 전력 공백을 LNG 발전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LNG 발전 역시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LNG발전소는 대부분 대도시 인근에 있어 석탄발전소보다 미세먼지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지 않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미세먼지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 원전 산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포기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일자리를 줄였고, 소득 양극화의 간극을 오히려 더 벌려놓았다. 2018년은 전년대비 16.4%, 2019년엔 10.9%나 최저임금이 올랐다. 이전 5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4%다. 지난해와 올해 인상률은 우리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게 문제다. 지역별, 업종별 차별 적용과 함께 인상 시기 조절도 필요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이나 철거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4대강 보에 대한 감사 결과가 달리 나왔다. 4대강 보 설치 이후 분명한 것은 강 주변의 홍수와 가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환경단체는 끊임없이 보 철거를 주장해 왔다. 보는 수조원을 들인 국가시설이다. 이를 많은 예산을 들여 해체에 나서는 것을 과연 국민 다수가 동의할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잘된 대표적 공약(空約)이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다. 딱히 정해진 앞면과 뒷면이 따로 없다. 공약이 이념이 돼서도 안된다. 공약은 현실이다. 일부는 공약(空約)으로 남겨 두는 게 국민을 위해서 더 낫다. 지금이라도 일부 공약(公約)은 실행을 멈춰야 한다.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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