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륙으로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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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00:00  |  수정 2019-03-19
20190319

 경제살리기가 최고의 선(善)이라고 할 만큼 경제만 괜찮으면 다른 건 좀 덮어 둬도 괜찮다는 심리가 만연하다. ‘이만하면 괜찮다’는 시기가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돈이 더디게 도는 건 사실이다.
 

4년마다 새로 뽑히는 지자체 단체장들도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 공약이 우선이다. 흔히 경제살리기 최고의 카드로 투자기업 유치를 꼽는다. 외국기업, 그리고 다른 동네에서 영업 중인 대기업이라도 모셔 오겠다고 벼른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 관련 회사들도 따라 들어오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세금도 더 걷게 되니 골목에 돈이 돌 것이라고 약속한다. 좋은 모델이지만 만병통치약도 아닐뿐더러 가능성도 낮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젠 모셔오기에서 ‘뛰쳐 나가자’로 시선방향을 돌려야 한다. 잘 나가는 회사 데려오려고 법인세 낮춰 주고, 공장부지 헐값에 제공하고, 수년간 세금혜택 줄테니 제발 일자리 좀 만들어주십사 하고 애쓰는 만큼 지금 우리 지역을 지키고 있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도록 적극 문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새롭게 열리고 있는 대륙진출에 집중하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지역기업들과 함께 신사유람단도 좋고 투자단도 좋다. 한국 지방정부의 정보력과 공신력, 행정력이면 웬만한 중앙아시아의 ‘~스탄’ 중앙정부와도 동등한 협력이 가능하다.
 

기업은 깔린 멍석과 쳐진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생산을 즐기면 된다. 시장에 확신이 서면 현지에 지사도 만들고, 건실한 바이어와 합작도 계획하자. 미래에 투자할 청년직원도 고용하고, 경험 많은 퇴직자도 다시 모셔 막강한 원팀을 만들자. 중앙아시아에도 현지고용이 늘고, 한국 본사에서도 수익이 늘테다. 근거없는 낙관이나 주장이 아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대륙은 한국의 경험과 기술, 제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기반시설 없이 수입에 의존해 온 대륙국가들은 이제 자국에서 제조할 설비와 기술을 찾고 있다. 저가 중국제품과 고가 유럽제품 사이에서 한국기업들의 역할이 충분히 있다. 한국의 레드오션 산업이 대륙에선 블루오션으로 대접받는 상황이다. 2021년이면 독립 30주년이 되는 나라들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피 끓는 청년인 셈이다. 경험 많고 탄탄한 한국친구가 필요한 시기임을 확신한다.
 

문재인정부는 현재 북방경제협력 정책을 가동시키고 있다. 북미회담, 남북회담 등 역사적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생각의 속도보다 현실이 빠르다. 오랜 태평양 중심 외교관계에서 대륙을 포함한 균형외교 실리외교가 태동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중앙정부는 더 공신력 있게 새로운 한반도전략을 수립하고, 지방정부는 시장의 속도와 정부의 공신력을 양손에 쥐고 앞장서야 할 때다.
 

최근 울산시에서 독자적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결성하고, 적극적인 대륙진출 청사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환영하고 박수칠 일이다. 울산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실전 대륙진출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 느껴진다.
 

대구도 곧 대륙으로 뛰쳐 나가자. 투자기업 유치는 백마 탄 기사를 기다리는 심정에 비유할 수 있을 테다. 굽은 소나무처럼 고군분투하며 지역을 지키고 있는 우리 동네 기업들을 주인공 삼아 대륙진출을 적극 열어젖히자. 내륙도시와 내륙국가들의 공통점은 적지 않다. 대륙에 대구를 담고, 대구에 대륙을 당겨올 때다. 대륙이 대구를 기다린다.

 김 철 용  (농업회사법인 다산<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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