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둥지를 떠나보내며

  • 황국향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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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  발행일 2019-03-20 제13면   |  수정 2019-03-20
[시민기자 세상보기] 둥지를 떠나보내며

미세먼지로 하루종일 흐린 날씨 탓인지 우울하다. 필자는 아들 하나, 딸 둘 삼남매를 두었다. 며칠 전 둘째 딸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돼 사람이 태어나면 보내야 한다는 서울로 떠났다. 딸아이는 취업을 위해 그 흔한 휴학이나 어학연수 한번 하지 않았다. 대신 4년 내내 학점관리와 영어능력평가시험, 자소서, 자격증과 면허증 취득, 취업경향 등을 파악하며 치열하게 보냈다.

대견함과 고마움에 앞서 이제껏 본인이 원하던 만큼 지원을 못한 미안함과 내 품을 떠난다는 섭섭함이 물 밀듯이 밀려와 눈시울을 꽤나 붉혔다. 요즘은 화상통화로 쉽게 얼굴은 볼 수 있지만, 곁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북적거리던 집안이 절간이다. 괜스레 아이가 쓰던 방을 들락거리고, 아이가 쓰던 물건에 자꾸만 눈이 간다. 한동안 출근 준비로 부산한 아침, 해지는 퇴근 무렵, 하루의 일을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 때, 그 아이를 허전한 가슴에 그릴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현대사회의 부모가 겪는 또 하나의 걱정은 직장 내 괴롭힘과 사회 적응이다. 무조건 참으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참지 말고 본인의 생각대로 따지고 밀어붙이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여러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신입 사원의 퇴사율이 높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등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 갑질 119’라는 사이트까지 생겼다. 태움을 호소한 간호사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이라는 단어가 사회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기도 했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둥지를 떠나 막 삶의 비행을 시작하는 아이의 앞날에 꽃길만이 있기를 기도하지는 않는다. 다만 힘든 상황이 왔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그 상황으로 인하여 어려웠던 만큼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당당하기를 바란다.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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