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은 머리 기자의 매국행위 논평, 뒤늦게 사과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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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1   |  발행일 2019-03-21 제31면   |  수정 2019-03-2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에서 촉발된 블룸버그 통신의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 보도에 대한 논평과 관련, 민주당이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지난 18일 밤 서면브리핑을 통해 “기사를 평가하면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검은머리 외신기자’ 표현과 관련 “인종적인 편견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이를 정당의 논평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논평 중 문제가 된 표현과 기자의 이름, 개인 이력을 삭제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블룸버그 통신의 표현을 인용,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 문재인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변인은 13일 ‘나 원내대표는 문제의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는 논평을 통해 블룸버그 통신의 해당 한국인 기자를 ‘검은 머리’로 지칭하고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 아시아 아메리칸 기자협회(AAJA) 서울지부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기자가 신변의 위협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 대변인을 통해 비록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 사안의 중대성과 위험성은 다시 한 번 각인할 필요가 있다. 이 대변인은 “애초 나 원내대표의 연설 비판이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언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또 대응해야 할 집권 여당의 대변인으로서는 자격 부재의 발언과 가치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이미 한 개인 기자의 글쓰기가 아니다. 그건 언론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명백하다. 또 국내 상주하는 해외언론이 한국의 사정을 보다 깊게 알기 위해 한국인 기자를 채용하는 것도 관례화된 일이다.

검은 머리 운운도 인터넷에 나도는 말을 인용했다고 용인될 수는 없다. 이런 인종적 발언은 국제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어떤 후폭풍을 촉발할지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와 발언에 자제력을 잃다 보니 이 같은 섣부른 논평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원수 모독죄’ 논란에서 보듯 행여 과도한 충성경쟁이 원인이었다면 이에 대한 자성도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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