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있는 몰카범죄, 재범률 54%로 높지만 대부분 벌금형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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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3 07:29  |  수정 2019-03-23 09:34  |  발행일 2019-03-23 제5면
일상화된 ‘몰카 공포’…실태와 예방법
20190323

일부 남자 연예인의 단체 대화방을 통해 알려진 성관계 장면 몰래 촬영 및 유포 사건이 ‘몰카 포비아’로 확산하고 있다. 범죄 특성상 자신이 피해자인지도 모른 채 불법 촬영된 사진·영상물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된다는 사실에 많은 여성이 불안에 떨고 있다. 몰카범죄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초소형 IP카메라,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그 수법이 갈수록 다양화·첨단화하고 있다. 또 이를 매개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협박·강요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수 정준영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몰카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재범률이 높다는 점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예방책이나 대응책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높은 재범률

한국사회를 일순간 ‘몰카 포비아’에 빠뜨린 정준영은 2016년 9월에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당시 정씨의 여자친구 A씨는 ‘정씨의 집에서 성관계를 갖던 중 나의 신체 일부를 정씨가 휴대전화로 몰래 찍었다’며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조사에서 정씨는 “촬영사실은 인정하지만 A씨가 촬영에 동의한 걸로 착각했다”며 “영상은 성관계 직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A씨가 고소를 취하했고, 정씨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고 방송에 복귀했다.

몰카범죄 피의자의 가장 큰 특징은 재범률이 다른 범죄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조사한 범죄 판례 분석결과를 보면 몰카범죄의 재범률은 53.8%다. 10명 중 5명은 똑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른 셈이다. 이 가운데 몰카 범행을 다섯 차례 이상 저지른 비율도 31.2%에 달했다. 같은 기간 4대 강력범죄의 재범률을 보면 살인 5.5%, 강도 19.7%, 절도 19.7%, 폭력 14.7%였다. 재범률이 높은 범죄로 꼽히는 도박(72.2%)보다는 낮지만 사기(38.8%)보다는 훨씬 높다.

지역 한 변호사는 “몰카범죄는 촬영 및 유포가 쉬워 재범률이 높다. 하지만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측면도 많다”며 “재범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몰카범죄에 중독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소형·위장형 카메라 등
첨단화된 장비 쉽게 구입
범행수법 갈수록 지능화
모텔 투숙객 사생활 촬영
음란사이트 생중계 하기도

◆수법 다양화

불법촬영 범죄로 인한 공포감이 시민에게 확산하고 경찰 등 관계당국의 단속이 강화하자 범행수법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2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무음 카메라’를 검색한 결과 수십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나왔다. 이들 앱은 대부분 휴대전화 카메라의 셔터음을 무음으로 바꾸는 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무음카메라 앱 관리·감독은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2013년 표준을 개정해 ‘앱을 이용한 불법촬영을 제약할 수 있는 기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넥타이 등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제품을 위장한 카메라도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대구 교동 전자상가 골목에도 초소형 카메라와 캠코더를 파는 곳이 있다. 다행히 ‘위장형 몰카’는 취급하지 않았지만 초소형 기기는 범죄 활용에 손색 없어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촬영기기를 악용한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카메라 렌즈에는 유리 성분이 있어 빛 반사를 통해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초소형·위장형 몰래 카메라는 1㎜ 카메라이기 때문에 인식하는 게 쉽지 않다”며 “관계기관 등과 협조해 이를 판매하는 업소를 적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례·예방법

영남·충청지역을 돌며 숙박업소 객실에 초소형 무선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고 투숙객의 사생활을 생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50)와 B씨(48)를 구속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IP(무선인터넷 프로토콜)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천600여명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음란 사이트를 통해 생중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4천99명의 회원이 가입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객실을 ‘대실’한 후 TV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구멍을 뚫은 뒤 카메라를 설치하는 ‘설치형’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대구 수성경찰서도 여자친구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C씨를 구속했다. C씨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C씨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과거 교제했던 여성 5명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발견됐다. 이처럼 지역에서도 불법 촬영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예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역 등에서 열차에 탑승하지 않고 배회하는 사람 등을 주의해야 한다. 화장실이나 숙박업소 이용 땐 작은 구멍을 살피고 만약 발견되면 휴지를 말아넣어 막은 뒤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경찰 역시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심리적 억제를 위해 대중교통, 숙박업소 등 공공장소에 대한 단속 횟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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