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함께 체험활동하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요”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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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5 07:54  |  수정 2019-03-25 07:54  |  발행일 2019-03-25 제15면
■ 대구 ‘사제존중 어울림 동아리’ 모범사례
# 1. 동신초등 ‘이음줄’…졸업생도 동참
2015년 시작된 시교육청 지원 프로그램
교사 1명과 학생 어울려 다양한 나눔 시간
봉사·프로젝트 등 통해 소통·추억 쌓기
# 2. 이현초등,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
# 3. 영남고 ‘바요필’…생태복원 프로젝트
“주말엔 함께 체험활동하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요”
동신초등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후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주말엔 함께 체험활동하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요”
이현초등 학생들이 교감 선생님과 함께 아양기찻길에서 주말 시간을 보내는 모습.
“주말엔 함께 체험활동하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요”
이현초등 학생들이 교감 선생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과일을 먹고 있다.
“주말엔 함께 체험활동하고 선생님 댁에 놀러 가요”
영남고 과학동아리 바요필 학생들이 화원동산에서 환경미화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사제존중 어울림 동아리’를 지원해 스승과 제자가 소통하는 길을 터주고 있다. 2015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직 교사 1명과 학생 몇 명이 모여 한 해 동안 봉사, 학술탐구 프로젝트,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한다. 학교 현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어울림 동아리가 있어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대구 동신초등은 6학년 담임 교사와 재학생 및 졸업생 10명으로 구성한 사제존중 어울림 동아리 ‘이음줄’을 지난 1년 동안 운영했다.

이정훈 교사는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한 것이 추억이 됐고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교사는 방과후나 주말, 방학 때 지역에 있는 역사와 문화, 예술 분야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정기적으로 월 1회 이상 학생들과 들른 곳은 근대골목투어, 대구동호지구 유적지, 오페라하우스, 청도탁영금축제, 대구학생뮤지컬축제, 아프리카음악공연, 대구미술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등이다.

이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익혔고, 선생님과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학생들과 교사 간의 정도 깊어졌다. 동아리 활동 하반기에는 참여 학생수가 훨씬 늘었다. 학생들이 어울림 동아리를 통해 학교생활에서도 활력을 얻었다.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아와 “선생님, 우리 또 놀러가요!”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강다영 학생(졸업생)은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자신이 많이 성장하였음을 느꼈다. 후배들에게도 이 동아리 활동을 추천한다. 중학교에 가서도 다시 선생님과 꼭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대구 이현초등은 전교생의 10%가 다문화 학생이다. 그럼에도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아 다문화 학생을 위한 사제존중 동아리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초, 다문화 학생들이 다수 참여하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먼저,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통해 활동 계획을 세웠다. 학생들은 영화, 뮤지컬, 연극 등 공연관람과 박물관, 전시회 등 공감각적 체험, 워터파크, 야구 관람, 놀이동산 체험을 희망했다.

김미옥 교감이 솔선했다. 주말에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체험을 선택해 경험하면서 매우 즐거워했다. 체험 시간 후에는 교감 선생님 집을 찾았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직접 요리를 했다. 이후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친구관계, 가정환경 등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감은 “아이들이 이런 체험만으로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 같았다. 활동후 오후엔 집에 데려와 옛 제자 사진들을 보여주며 일상적인 시간을 보냈다”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대해줬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 속 이야기도 털어놨다”고 말했다.

“교감 선생님, 오늘 처음으로 백화점에 가봤어요. 감사합니다.” 학생들은 야구장, 레스토랑이 처음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컷 놀다가 대뜸 “집에 가기 싫어요”라고 떼를 쓰는 아이도 있었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어 혼자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김 교감은 “가정결손이 문화결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교사들이 이를 인지해 좀 더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 친밀하게 보낸 시간이 쌓이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무척 놀랐다”면서 “교사들이 이런 점을 알고 아이들의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사제존중 어울림 동아리 활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구 영남고 교사들과 학생들(과학동아리 ‘바요필’)은 인근 화원동산 ‘하식애’(강의 침식으로 깎인 절벽) 생태복원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 바요필 학생들이 화원동산의 생태 탐방로 조성사업의 실태를 인지, 하식애의 생태계가 훼손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탐방로 조성후 이 일대 환경이 변화한 것은 물론 쓰레기 방치 문제로 하식애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학생들은 교외 동아리 시간 때 계명대 김종원 교수를 초빙, 하식애가 지니는 생태학적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하식애가 처한 실태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실태를 접하고 생태복원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이곳 하식애를 탐방해 환경미화 작업을 벌였다. 홍보 캠페인도 적극 펼쳤다. 또 하식애 관련 식물도감, 생태지도, 생태모형 등 다양한 홍보물을 직접 만들었고, 자연 다큐멘터리 ‘희미해진 하식애의 맥박’을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교내 창의과학 페스티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식애 탐방로 건설의 문제점과 생태복원을 위한 방법을 홍보했다. 그 결과로 학생들은 대구 동아리 발표대회(금상), 과학동아리 전국 발표대회(은상), 제6회 창의 체험 동아리 축제(금상), 제9회 대한민국 창의적 체험활동 경진대회(최우수상), 제1회 대구환경 교육 한마당(최우수상)에서 수상을 했다.

이근영 학생은 “선생님과 함께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일에 동참한 경험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교과 외에 이런 활동들이 다양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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