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포항의 힘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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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6   |  발행일 2019-03-26 제31면   |  수정 2019-03-26

2017년 11월 발생했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었다. 막을 수도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1년여 연구해 온 정부연구단은 지난주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자연지진’이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경우 포항은 ‘지진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쇠락의 길을 걱정해야 할 뻔 했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스텍·한동대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이 지난해 12월 이미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혀내고 시민보고회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포항이 대덕밸리 못지않은 R&D연구기관을 갖추고 있는 것은 큰 힘이다. 이들 기관의 연구원과 지역인사들이 똘똘 뭉쳐 이미 정부조사단과 비슷한 연구결과를 도출해냈던 것이다. 이들은 스위스와 독일, 미국 등 해외를 오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그래서 포항지역에서는 이번 정부연구단의 발표를 앞두고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걱정도 있었다. 정부연구단이 유발 또는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할 경우 손해배상 등 엄청난 후폭풍 때문에 복합지진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발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정무적 판단보다는 과학적인 증거에 충실한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믿는다”며 압박했다. 이를 두고 ‘시장의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라고 하겠지만 큰 지진을 경험한 포항시민들은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항의 한 원로는 “포항의 힘이 모여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포항지진피해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중앙정치권은 여야가 서로 ‘네탓’이라고 주장하며 으르렁거리고 있고, 지역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목소리를 내도 힘든 상황인데 지역사회에서 파열음을 내서는 안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포항지진 피해 특별법 제정 여부에 대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원의 법적인 판단을 보고 정부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아직 특별법 제정에 움직임이 없는 만큼 김정재 의원 등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발족한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포항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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