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공항 얽힌 매듭 풀려면…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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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8 08:28  |  수정 2019-03-28 09:21  |  발행일 2019-03-28 제30면
20190328
마창훈기자<경북부/의성>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과 함께 이미 사장돼 땅속 깊이 묻혀 있어야 할 ‘가덕신공항’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통합대구공항 이전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불거진 PK 정치인들의 영남권신공항 논리에 TK 정치인들은 연신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에서부터 공항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종사자들의 이해관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덕도라는 거대한 파도까지 만났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꼬일대로 꼬인 형국 속에 뾰족한 묘수는 떠오르지 않고, 매듭과 관련한 고대설화만이 머릿속을 아른거린다.

#이야기 하나. 고대 도시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 진군(BC 333년)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고르디움을 세운 고르디우스의 전차 끌채(견인부)를 감싸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자가 세계를 정복한다”는 전설을 듣고,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렸다. #이야기 둘. 중국 고대 국가인 북위(北魏)의 실권자 고환(高歡)은 아들들에게 뒤얽힌 삼실뭉치를 풀어보라 했다. 모두가 한올씩 실을 뽑아내며 진땀을 흘리는데, 차남인 고양(高洋)은 칼을 뽑아 삼실을 잘라버린 뒤 “아버지, 어지러운 것은 베어 버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로스의 세계 정복을 향한 야망을 정당화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의 성격이 엿보이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동위의 황제 효정제를 폐하고 스스로 황위에 오른 고양(서기 550년·문선제)이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지 않고 폭정을 일삼은 데서 유래된 ‘쾌도참난마(快刀斬亂麻)’.

현대에 이르러 이 두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교훈은 ‘발상의 전환’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기 위해 단순하거나 과감한 수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공항이전을 말하다가 뜬금없이 매듭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개의 정치인들이 사회적으로 발생한 이슈의 특성을 파악하고 본질과 현상에 따라 정확히 대응하기보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쟁점으로 촉발시켜 갈등을 유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본질을 묻어버리는 게 습성화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통합신공항 유치를 지역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간 보이지 않는 알력에서부터, 공항 이전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시민사회단체 간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불필요한 논쟁만 양산시킨 일련의 사태들이 기우만은 아닌 셈이다. 어차피 그들에게서 지역발전을 위해 양보·협상과 같은 상생의 묘를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개개인에게 노정된 현상(이해관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오로지 지역민과 지역발전에만 전념한다는 본질에 충실한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를 가진 정치인이 나타났으면 하는 희망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정말 갈등을 양산하며 쥐꼬리만 한 전리품에 만족하기보다 협상을 통해 파생되는 무궁무진한 긍정의 에너지를 공유하며 상생할 수 있는 대범한 정치인이 간절한 시점이다.
마창훈기자<경북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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