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세상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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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08 07:59  |  수정 2019-04-08 09:28  |  발행일 2019-04-0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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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라는 부제가 달린 ‘세상에 눈뜨다’라는 기획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언젠가 제목만 보고 꼭 봐야 할 전시회로 체크해뒀고 가본 뒤 이렇게 칼럼을 통해 지역의 시민과 미술인들에게 ‘강추’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세상에 눈뜨다’는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아시아센터가 공동 연구 및 조사를 거쳐 주최한 기획전으로서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일본에서 열렸고, 올해 5월6일까지는 한국에서 열리고, 그 뒤 9월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대규모 순회전이다.

‘세상에 눈뜨다’는 아시아 미술이 이차세계대전 이후 1960~90년대를 거치며 어떻게 더 이상 변방의 미술이 아니라 컨템퍼러리 아트의 주류에 동참하고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눈떠야’ 할 것은 미술이 이 시기를 거치며 형식주의 모던 아트로부터 동시대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된 컨템퍼러리 아트로 전환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모던 아트가 사회와 분리된 채 심미적, 형식적 가치를 추구한 서구의 미술이라면, 컨템퍼러리 아트는 그야말로 동시대성을 갖는 ‘우리 시대의 미술’이다.

문제는 초사회적 모던 아트가 한 지역을 지배하게 되면 그 기간의 미술을 통해 그 지역의 당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경우 모더니즘이 지배했던 1950~60년대에 소위 당대 대가들의 미술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 즉 6·25전쟁과 분단, 4·19와 5·16의 격변기의 모습을 제대로 엿볼 수 없는 것은 무척 불행하지 않는가. 또한 한국을 비롯한 비서구권의 모더니스트 대가들은 결코 서구 모더니즘 미술계에 진입할 수도 없고 태생적으로 그들의 아류로 취급받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중적 모순을 안고 있는 모더니즘 미술을 계속 추종해야 할 명분을 찾을 수 없었던 미술가들이 1960~70년대를 거치며 세계 도처에서 출현했으며, 1980~90년대 들어 보편화되었던 것이다. 훗날 이러한 탈모더니즘의 기치로 전개된 미술운동을 ‘개념주의 미술’로 통칭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컨템퍼러리 아트의 근간이다. ‘세상에 눈뜨다’는 이러한 미술운동이 아시아 각국에서도 1960년대 이래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실증하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컨템퍼러리 아트의 미술사적, 시대사적 전환의 맥락을 인지하고 오늘날 미술의 탈서구화, 탈중심화 현상에 ‘눈떠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기수<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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