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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풍경화?…회색빛 도시에 자리한 ‘거대한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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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진범기자
  • 201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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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욱 작
처음엔 ‘상상의 풍경화’인 줄 알았다. 도시를 배경으로 식물과 동물은 물론 화분 같은 오브제가 자리를 잡았다. 도시는 무채색이고 식물이나 동물, 오브제는 다양한 색깔이 들어갔다. 회색빛 도시에 있었으면 하는 ‘무엇’을 작가가 상상해서 그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니었다. 화면에 표시된 모든 게 똑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진민욱 작가 ‘소소경’ 展
비단·먹·석채·분채 사용
도시배경으로 동식물 담아


진민욱 작가의 색다른 풍경화가 대구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층에 위치한 021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소소경(逍小景)’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작가는 자신의 풍경화를 “이동 시점으로 바라본 풍경화”라고 설명했다. “멀리서 풍경을 바라본 다음, 그 장소의 안에 들어가서 다시 봐요.” 풍경의 안과 밖을 한 화면에 담은 셈이다.

‘파동춘추도’는 대구 수성구 파동의 봄과 가을을 그린 그림이다. 산을 배경으로 한 아파트와 건물이 있고, 온갖 식물이 아파트나 건물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게 표현돼 있다. 매미도 있다. 작가가 2017년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할 당시 파동의 풍경을 보고 ‘이동 시점’으로 그린 그림이다. ‘서울숲’이라는 작품에는 사슴과 이구아나까지 있다. 작가는 “서울숲에는 사슴이 뛰논다. 일광욕을 하는 이구나아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소소경은 ‘작은 풍경을 거닐다’라는 뜻이다. 작가의 ‘관심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그림의 영역에서 자연은 중요하고, 한국화에는 큰 강이나 큰 산이 나오잖아요. 근데 전 도시에서 자랐어요. 주변에 있고, 익숙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연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도시 풍경화를 그리는 배경이다. 도시의 풍경 안을 볼 때는 느린 속도로 걸으며 대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작가는 “뭔가를 볼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본다. 오감을 총동원한다. 들이는 시간 만큼 그림이 풍부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동 시점 풍경화는 전통의 기법을 도심에 적용한 것이다. 작가는 “정선의 실경산수화인 ‘금강전도’도 이동 시점으로 바라본 금강산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라고 밝혔다.

비단과 먹, 석채, 분채를 사용해 그린다. 채색을 비단 뒷면에 한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도 색이 떨어지지 않고, 은은하게 색이 유지된다. 깊이감도 있다”고 했다.

매화를 잘게 해체해 늘여놓은 ‘관매산금’, 풍경과 새소리를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 조형예술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베이징중앙미술학원에서 석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에 출강하고 있다. 5월25일까지.010-4817-2681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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