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기술 검증‘공동개발’아냐 해당기술 연구·개발 거든 정도”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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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1 07:37  |  수정 2019-04-11 08:25  |  발행일 2019-04-11 제16면
섬개연‘공동성과’주장 업계 반박
해당기술 기능평가 전 특허출원
“정부R&D에 활용 의도” 의혹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은 지난 5일 벤처기업의 신기술을 공동성과로 둔갑한 의혹(영남일보 4월5일자 12면 보도)에 대해 해명보도자료를 냈다. 해당 기업의 신기술을 연구원 장비로 기능성 평가시험을 진행했으니 상업화를 위한 신뢰성 검증도 명백한 공동개발에 해당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논리대로라면 2016년 3만7천건이 넘는 섬개연의 신뢰성·시험지원도 공동개발에 해당된다.

하지만 취재 결과, 공동개발은 연구기관의 연구과제 중심운영제도(PBS) 안에서 용인된다. 일반적으로 공동개발은 ‘같이 만들었다’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론 둘 이상의 사람이나 단체가 힘을 합해 추진하는 개발을 뜻한다.

지역 기업지원기관의 복수 관계자는 “큰 틀에서 연구개발을 도와줬으면 공동개발로 얘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완성된 기술을 검증한 것을 ‘공동개발’로 보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섬유 관련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섬개연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술 탈취 의혹을 주장하는 <주>쇼나노는 항균과 소취 성능이 우수한 섬유제조 신기술에 대해 섬개연에서 기능성 평가시험 전에 이미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며, 지난해 7월 섬개연에 시제품 제작을 의뢰한 항균 나노입자 신기술은 2017년 11월에 특허 등록했다. 2년간 쇼나노와 해당 기술에 대해 공동개발했다는 섬개연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인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관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지난 8일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쇼나노에 방문했다.

업계에선 섬개연의 공동개발 주장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빗대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기업지원기관의 연구원은 “영세업체의 기술은 실용화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기업지원기관은 해당 기술을 다른 기업과 함께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몰래 수행한다. 이미 신뢰성 검증과정에서 핵심기술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해당 기업에서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도 자금이 부족한 영세업체는 소송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결국 법적 소송을 밟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못 견뎌 합의를 하고 끝내는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섬개연은 쇼나노의 기술 신뢰성 검증을 마친 뒤 맺은 업무협력에 ‘고부가 융·복합 고기능성 제품 공동개발, 원사·부직포 등 제품 개발관련 기술정보 및 의견교환, 연구개발 프로젝트 및 상품화 관련 공동 제안 및 수행, 이 협약에 의하지 않은 분야 추진에 있어서도 필요한 경우 우선 협력 상대로서 협의’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것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의심을 들게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품 상용화를 원하는 기업에 섬개연이 제품 공동개발에 이어 연구개발 프로젝트까지 공동 수행하자는 제안을 한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 섬개연이 공동개발을 주장하는 배경은 분명치 않지만, PBS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섬개연의 예산 가운데 PBS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탓에 쇼나노의 기술을 정부 R&D 과제 발굴에 활용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를 마땅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 기술을 유출하거나 아직 이 기술과 유사한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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