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섬유도시 대구의 현주소 .2] 실적 부진과 기능 중복 전문연

  • 손선우,서민지 수습
  • |
  • 입력 2019-04-11 07:45  |  수정 2019-04-11 09:18  |  발행일 2019-04-11 제16면
이름값 못하는 ‘민간 연구소’…정부R&D 수주 비중이 98.2%
20190411
20190411
20190411

전국에 설립된 15곳의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이하 전문연) 가운데 8곳은 지역 기반산업과 연계돼 해당 지역에 설립됐다. 대구경북지역은 섬유산업, 부산은 조선산업과 신발산업, 광주는 광산업 관련 연구소가 포진됐다. 섬유업종과 관련된 전문연은 7곳인데 이 중 3곳은 대구에 있다. 지역 특화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 다이텍연구원(이하 다이텍) 등 섬유 관련 전문연구기관 3곳은 ‘민간 연구소’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못해 세금만 축내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2017년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전문연 제도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섬유 관련 전문연 3곳의 과제수행에서 정부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98.2%다. 민간 주도의 ‘비영리법인’이지만, 정부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반면 민간수탁 비중은 평균 1.8%에 불과하다. 3곳 중 민간수탁 비중이 가장 높은 다이텍과 섬개연은 각각 2.3%, 패션연은 0.1%에 그쳤다. 2014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패션연의 민간수탁 비중은 2.2%, 다이텍은 1.4%, 섬개연은 1%에 불과했다. 정부 R&D 비중은 평균 98.5%에 달했다.

대구 소재 섬유관련 전문연 3곳
민간수주 비중은 1∼2%대 그쳐
매년 수백억 지원되나 실적 미미

3개硏 보유장비 가동률 50%미만
일부는 전문연마다 중복구입도

한때 3개硏 통폐합 추진됐지만
이해 관계자·업계 반발로 무산


이에 따라 전문연의 총 예산에서 연구과제 중심 연구비 지원 시스템(PBS)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PBS는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연구원들이 외부 연구 과제를 수탁해 인건비를 충당하도록 한 제도로, 1995년 도입됐다. 민간 연구소인 전문연이 PBS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

섬개연의 2016년 예산에서 PBS 비중은 70.9%에 이른다. 민간수탁 과제 수행에 따라 확보한 예산은 1.7%에 그쳤다. 보조금은 산업부 1.2%, 지자체 2.3%였다. 민간수탁 비중이 보조금보다 적은 셈이다.

다이텍도 PBS는 70.2%인 반면, 민간수탁은 1.7%에 불과했다. 보조금은 산업부 1.2%, 지자체 1.8%였다. 패션연은 PBS가 72.7%, 민간수탁은 0.1%였다. 보조금은 산업부 3.4%, 지자체 4.5%로 섬개연과 다이텍에 비해 높았다.

문제는 정부가 PBS에 대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 인건비 중 일부만 정부 출연금에서 받고, 나머지는 연구자가 직접 외부에서 연구 과제를 수주해 자신들이 알아서 능력껏 먹고살 비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그간 PBS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해진 PBS에 출연연을 비롯해 전문연까지 가세하는 것이 국내 연구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가 이달 중 PBS를 전면 개선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게다가 대구지역 섬유 관련 전문연의 실적부진은 이들 연구소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자충수다. 대구시의회가 2015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섬개연과 패션연, 다이텍에 매년 국·시비 등 360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연구실적은 미미하다. 섬개연은 2010년부터 4년간 슈퍼소재 융합제품 사업에 13억원을 투입하고도 매출은 2억원에 그쳤다. 수송용 친환경 섬유소재 개발도 2011년부터 4년간 사업비 21억원을 투입했지만 매출은 1억6천만원에 불과했다. 패션연은 2012년부터 4개의 기업지원사업에 사업비 197억원을 들였지만 매출은 48억원에 그쳤다. 다이텍은 2011년부터 5년간 17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기술 이전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장비 구입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개 전문연이 보유한 장비 총 152대 가운데 가동되는 장비는 54개에 그쳤다. 수요예측 실패로 장비 가동률이 50%도 되지 않는 것. 일부 장비는 전문연마다 중복 구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와 대구시는 2016년 전문연 통폐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각 전문연의 이해관계와 업계 반발 등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지역 섬유기업인들 위주로 구성된 전문연 이사회가 통합에 회의적이라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통폐합에 나섰던 대구시도 정부 R&D 축소와 장비·인력 중복을 이유로 통폐합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구에 설립된 전문연 3곳은 대구시가 건축비를 출연하거나 대구시 소유의 토지를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막대한 금액을 지원한 것이다.

산업부는 다시금 전문연의 정상화에 대해 고심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연 문제는 아직 협의 중이고 결정된 사항은 없다. 대구시와 정상화방안에 대해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서민지 수습기자 mjs858@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