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울진 후포읍 거일리 앞바다

  • 월간낚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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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  발행일 2019-04-12 제38면   |  수정 2019-04-12
벚꽃잎이 흩날리면∼ 초대형 감성돔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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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와 55㎝ 대형 감성돔을 낚아낸 박경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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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철 프로가 굵은 감성돔 입질을 받은 후 발판을 옮기며 랜딩하고 있다.

“또 왔어~!”

박경호 프로(쯔리켄 필드테스터)의 낚싯대가 하늘 높이 뻗었다가 엎어진 U자로 크게 꺾였다. 이번에도 대형급임을 직감할 수 있는 낚싯대의 휨새. 그런데 더 이상 릴이 감기지 않는다. 랜딩에 문제가 생겼다.

“아~, 몰에 감겼어요.”

박 프로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입걸림 된 감성돔이 빽빽한 해초밭으로 파고들면서 채비를 감아버린 거다.

4월 중순∼5월초 산란기 ‘벚꽃 감성돔’
한꺼번에 쏟아지는 꽃잎처럼 화려한 시즌

해초밭 파고든 녀석과 25분간의 사투
수면띄워 뜰채 유인…얼핏 봐도 6짜급
거북바위 끝자리 잦은 ‘더블히트’ 연출
씨알 굵은 마릿수 입질 폭죽 ‘인생낚시’


◆5짜 중후반 급과 25분간의 사투

초보꾼들이라면 꽤 당황할 만한 상황이지만 오랜 세월 갯바위에서 숱한 일을 경험한 박 프로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다. 이런 상황을 많이 접해 봤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거다.

박 프로는 세웠던 낚싯대를 살짝 내리고 원줄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이렇게 하면 해초를 감았던 감성돔은 팽팽하게 자신을 당기던 낚싯줄의 긴장감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감성돔은 십중팔구는 스스로 해초밭을 빠져나온다. 낚시꾼은 이때 다시 낚싯대를 바짝 세우고 릴을 감아 랜딩한다.

그런데…. 이놈은 좀 다르다. 여간해서는 해초밭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아니, 빠져나오는 듯하다가는 다시 해초를 감아버린다.

박 프로는 힘으로 강제집행을 해 본다. 다시 낚싯대를 곧추세우고 이미 빡빡해진 릴을 힘껏 돌려본다.

끼리릭~!

릴의 스풀이 헛돈다. 안 된다. 잘못하다가는 릴이 망가질 지경이다. 휴전. 이제 다시 낚싯대를 내리고 감성돔의 처분을 기다린다. 놈이 계속 해초 속에서 버티면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채비를 터뜨려야 한다. 입질을 받은 시각은 오후 2시14분. 몰을 감고 물속에서 버티고 있는 감성돔과의 사투는 어느새 20분이 지나가고 있다. 이때….

“앗, 빠져 나왔어요. 나왔어~!”

다시 낚싯대가 하늘로 향하고 릴이 돌아가고 있다. 아주 힘겹지만 분명히 원줄이 감기고 있다. 해초밭을 빠져나온 놈이 드디어 낚이고 있다. 이제는 녀석을 수면에 띄워 뜰채 안으로 유인하는 일만 남았다.

“우와~! 크다 커.”

수면에 얼굴을 내민 감성돔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엄청난 씨알이었다. 박 프로의 뜰채에 담겨 갯바위로 올라온 놈은 얼핏 봐도 6짜급이었다. 이때가 오후 2시39분. 25분간의 길고 팽팽했던 이 싸움은 결국 박 프로의 승리로 귀결됐다.

라이브 웰(살림통) 뚜껑에 표시된 계측자에 녀석을 올려본다. 라이브 웰 뚜껑 계측자는 40㎝까지만 표시가 돼 있다. 이놈의 꼬리가 그 40㎝눈금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렇다면 안 돼도 50㎝ 중후반급이다.

◆첫 입질 받은 놈이 5짜

지난 2일. 울진군 후포읍 거일리 앞바다. 오전에 설렁탕으로 전날 숙취를 푼 우리는 ‘안혁진 프로 피싱 숍’에서 밑밥을 개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신 후 거일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거북여에 올랐다. 이때가 오전 11시40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제(1일) 오후 여기에서 남쪽으로 1㎞ 정도 떨어진 다른 갯바위에서 꽝을 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어제보다 수온이 1℃ 정도 더 떨어져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건 파도가 제법 높다(1.5m)는 것.

‘그래도 해질 때쯤에 한두 마리는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채비를 했다.

박 프로는 어제보다 좀 더 튼튼하게 채비를 했다. 3호 원줄에 2호 목줄을 연결했다. 바늘은 감성돔 4호. 금성철 프로(쯔리켄 인스트럭터)의 채비는 이보다 한 호수 정도 낮다. 2.5호 원줄에 2호 목줄, 바늘은 감성돔 3호. 포인트 수심은 3m. 아주 얕은 곳이다.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낚시. 그런데 비우면 채워진다고 했던가. 첫 입질이 의외로 빨리 들어왔고, 그게 이날 대박의 전조였다. 낮 12시4분. 낚시 시작 20여분 만에 박 프로가 먼저 입질을 받았다. 묵직하게 랜딩해 올린 놈은 한눈에도 5짜급.

이렇게 대형 감성돔이 마수걸이로 올라오자 갯바위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박 프로가 걸어낸 감성돔을 갈무리하는 동안 옆에 있던 금 프로가 박 프로 자리에 올라가 채비를 던진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핑~! 낚싯줄이 울리고, 대가 크게 휜다. 천천히 몰을 피해 랜딩해 내는 금 프로. 이번에는 4짜급이다. 박 프로가 5짜급 감성돔을 낚은 지 불과 10분 만에 금 프로가 4짜급 감성돔으로 응수한 셈이다. 같은 자리에서 연타로 대형 감성돔 두 마리가 뽑혀 나온 것.

이어 금 프로가 다시 4짜 감성돔 한 마리를 더 낚아낸 후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그것이 바로 서두에 언급한 25분간의 사투 후 뭍으로 올라온 박 프로의 6짜급 감성돔이었다.

이날 두 프로는 오후 5시까지 모두 5마리의 감성돔을 낚았고 그 최소 씨알이 40㎝였다. 최고 씨알은 박 프로의 55㎝. 박 프로에게 이날은 50㎝ 감성돔 한 마리를 포함해 5짜만 두 마리를 걸어 내는 ‘인생낚시’를 한 날이었다.

◆벚꽃잎이 바닷가에 흩날릴 때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 이맘때는 감성돔의 산란기와 맞물린다. 산란을 위한 감성돔이 연안 해초밭 가까이 올라붙으면서 이른바 ‘벚꽃 감성돔’ 시즌이 열린다. 동해안 산란 감성돔 시즌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4월 중순에 시작해서 5월 초까지 짧고 화려한 폭죽을 터뜨린다. 마치 한꺼번에 만개한 후 화려하고 장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벚꽃처럼.

동해안 갯바위 포인트는 대체로 수심이 얕다(3~4m). 이 때문에 날씨가 좋고 파도가 잔잔할 때는 예민한 감성돔들이 연안 가까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동해안 낚시는 파도가 높고 물색이 적당히 흐릴 때가 적기다. 특히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인 오후 5시 전후가 씨알 마릿수 피크.

그런데 이날처럼 동해안에서, 그것도 대낮에 이렇게 씨알 좋은 감성돔이 낚이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여기에 대해 현지꾼들은 “아직은 산란 감성돔이 마릿수로 연안에 붙을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날 낚인 4짜 이상 5~6짜급 감성돔은 ‘벚꽃 감성돔(사쿠라 다이)’이 아니라 붙박이 대형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날 진한 손맛을 본 금 프로와 박 프로 역시 이 같은 현지꾼들의 분석에 동의를 한다.

“산란 감성돔은 낚아보면 그 채색이 하얗습니다. 이렇게 거무튀튀한 건 붙박이 감성돔일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후포 일대 동해안에 벚꽃 감성돔이 만개할 때는 언제일까?

안혁진 프로 피싱숍을 운영하는 안 사장의 말을 여기 그대로 적어본다.

“사쿠라 다이 시즌은 원래 벚꽃이 활짝 피었다가 그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릴 때입니다. 그 시기를 특정하긴 힘들지만 대체로 4월15일 이후 5월10일 사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그렇다면 동해안 봄 감성돔 시즌은 그 유명한 노래 ‘벚꽃 엔딩’과 어쩌면 일맥상통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때 씨알 굵은 감성돔이 마릿수 입질 폭죽을 터뜨린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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