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바이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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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  발행일 2019-04-12 제42면   |  수정 2019-04-12
백악관 깊숙한 곳까지 들춰진 민낯
20190412

1963년 미국 와이오밍주. 상습적인 음주와 폭행으로 예일대에서 쫓겨난 딕 체니(크리스천 베일)는 여자친구 린(에이미 아담스)의 영향으로 의회에 입성한다. 그곳에서 도널드 럼즈펠드(스티브 카렐)를 만나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알게 된 체니.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숨긴 채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영화 ‘바이스’는 미국 정치사의 불편한 진실과 민낯을 가감없이 들춰낸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부통령이었다는 딕 체니를 통해 그가 미국을 어떻게 주물렀고, 그가 내린 결정들이 세계 역사의 흐름을 어떤 식으로 바꿔 놓았는지를 적절한 유머와 은유를 더해 날카롭게 꼬집는다.


美 역사상 가장 막강한 부통령 딕 체니의 권력
곳곳 삽입한 자료화면, 직설적 풍자 의미심장


“조용한 사람을 조심하라. 그는 남들이 떠드는 동안 지켜보고, 남들이 행동하는 동안 계획하고, 마침내 남들이 쉴 때 공격을 개시한다.” ‘바이스’가 묘사하는 딕 체니는 그런 인물이다. 겉으로 속마음을 쉽사리 꺼내 보이지 않고 침묵한 채 수를 내다보는 그는 정치 9단에 가깝다. 극 중 도널드 럼즈펠드 역시 자신의 보좌관으로 일하게 된 정치 신인 딕 체니에 대해 “자넨 조용해서 맘에 들어. 무슨 패를 쥐고 있는지 떠들어대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딕 체니는 비밀스러운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황당한 생각을 그럴듯하게 포장할 줄 알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눈치 안 보고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성격을 지녔다. 이는 그가 미국 보수들의 원초적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로 부각돼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동력이 됐다. 덕분에 공화당 하원의원과 석유 대기업 헬리버튼 사장,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을 두루 역임할 수 있었다.

영화는 딕 체니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허물을 들추기보다는 그를 가능케 한 미국 사회를 스스로 조롱하고 비판하고 반성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빅쇼트’에 이어 아담 맥케이 감독은 이처럼 세계 경제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2001년부터 2008년까지의 백악관 가장 깊숙한 곳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이 등장해 내레이션을 진행하고, 화면 곳곳에 삽입된 자료 화면과 풍자는 꽤 직설적이지만 의미심장하다. 딕 체니 역을 위해 20㎏ 이상 살을 찌운 크리스천 베일의 사실적인 연기가 압권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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