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응답하라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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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5

임호 경북본사 차장
지난 4일 강원도 인제군을 시작으로 고성군과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산림 1천757㏊가 잿더미가 되고 1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주민들은 뭔가 타는 냄새만 나도 심장이 뛰고, 무섭다고 한다. 수십 년간 어렵게 일군 터전이 쑥대밭이 되면서 삶의 희망마저 잃었다. 이들의 고통에 우리는 함께 이겨낼 것이란 응답을 해야 한다.

이들처럼 1년 넘게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주민들이 또 있다.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이다. 이들은 가만히 있어도 땅이 흔들리는 것 같고 꿈 속에서조차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어쩌면 평생을 지진 공포 속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포항 경제도 지진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기업이 포항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입주하려던 한 기업 대표는 “언제 또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포항에 어떻게 공장을 지을 수 있냐”며 공장 신설을 포기했다. 이런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포항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은 단순한 도시재생이 아닌 ‘도시 재건축’을 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 3월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24일만인 지난 14일 기준 20만6천여명이 특별법 제정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이젠 정부와 국회가 국민에게 포항시민이 지진 공포에 고통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분명한 응답을 할 차례다.

포항 지진은 정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포항지역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인위적인 재난이다. 포항시민이 겪은 아픔이 두 번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에 여야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포항지진 특별법엔 국가 주도의 피해지역 특별도시를 재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이재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건립,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임시거주시설 임대기한 연장 등 강력한 국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포항 지진의 책임이 현 정부인지 전 정부인지 따지는 등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의원 113명 전원이 지난 1일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재미를 좀 보겠다는 정치적 이해타산(利害打算)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자유한국당의 특별법에 문제가 많다며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대표가 최근 포항을 찾았지만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위기 상황에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의(大義)에 초점을 맞춰주길 바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포항지진 특별법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이득 좀 보겠다”는 잔머리를 굴려서는 안 된다. 여야는 포항시민이 어떻게 하면 지진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포항을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 지금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임호 경북본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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