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릴레이 챌린지가 주는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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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5

2014년, 친한 선배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면서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선배가 포클레인 바가지에 가득 담긴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동영상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한 것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이다. 참여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루게릭환자를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얼음물을 뒤집어쓸 때, 보통은 자기가 들 수 있는 크기의 용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선배는 포클레인 기사까지 불러서, 포클레인 바가지에 가득 담긴 얼음물을 덮어썼기에 웃음을 짓게 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유명인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전파됐다. 다음 도전자로 3명을 지명하는 방식도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호감도를 높였다. 나 역시 선배의 동영상 때문에 릴레이 챌린지에 대한 첫 느낌은 아주 좋았다.

올해 들어 페이스북에서 여러 개의 ‘~ 챌린지’를 보고 있다. 모두 어떤 목적을 이루거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캠페인이다. 챌린지는 도전이란 뜻을 지닌 영어다. 그래서 챌린지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얼음물 덮어쓰기 같은 과제가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라는 게 있다. 1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과제다. 3·1운동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도 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올해, 애국지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독립선언서의 한 부분을 직접 쓰고, 그걸 찍어 SNS에 올리는 게 미션이다.

포항지진 피해 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챌린지도 있다. 특별법 제정을 응원한다는 글을 쓰고 역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청와대에 청원하는 게 과제다. 이들 챌린지의 취지에 모두 공감한다. 모두 중요하고 실현돼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 릴레이 챌린지 보기가 불편해졌다. 다음 도전자를 지명하는 방식 때문이다. 3명을 지명하는 챌린지가 많지만, 5명까지 지명하라는 챌린지도 있다. 다음 도전자를 지명하는 것은 캠페인에 많은 사람을 동참시킨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실제 그런 효과를 본 챌린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도전자 지명이 ‘니편 내편’을 만들고 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나랑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음 도전자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명하니까, 그 사람에게 서운해졌다. “나랑 친한 줄 알았는데, 저 사람과 더 친하네”라는 서운함이다. 같은 이유로 나를 지명한 사람은 더 좋아졌다.

기관장은 또다른 기관장을 지명하고, 유명인사는 또다른 유명인사를 지명하는 것을 많이 봤다. 일반인은 일반인끼리 지명한다. 지명이 편을 가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지명받지 못한 사람이 받는 소외감도 있다. 지명받지 못하면 존재감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또 좋은 취지여서 동참하고 싶지만, 지명받고 또다른 누군가를 지명하는 상황이 지명받지 못한 사람은 참여하지 못하게 만든다. 지명이 오히려 챌린지 참여자 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얼마전 릴레이 챌린지의 다음 도전자로 지명받았을 때, 정중하게 거절한 적이 있다. 취지에는 동감한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포항지진 피해 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챌린지는 동참했다. 내가 거절할 수 없는 분의 지명을 받았기에 참여했다. 그러나 다음 도전자를 지명하지는 않았다. 내가 느낀 불편함을 누군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SNS에서 다음 도전자를 지명하지 않은 분을 간혹 봤다. 지명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분이 제법 많다는 것도 알았다. 어쩌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다음 도전자 지명없이 그냥 인증샷해서 SNS에 올리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낫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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