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모바일 게임으로 인지재활 훈련…“해외에서 높은 평가”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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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07:35  |  수정 2019-04-16 07:36  |  발행일 2019-04-16 제16면
■ 인지재활 앱 ‘뉴로월드’ 개발한 우리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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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뉴로월드는 기존 발달 선별검사와 재활도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퀴즈나 퍼즐이 아니다. 재미있는 3D 모바일 게임 형태의 인지재활도구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 캐릭터를 활용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인지재활 과정을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게 만든다.

연기자 권오중씨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방송에서 권씨는 갱년기 진단을 받아 전문가와 함께하는 심리극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 애가 나을 줄 알았다”며 “우리 애가 가끔씩 ‘나 언제 나아?’라고 물어보는데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일화는 세간에 큰 관심을 받았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말한다. 발달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치매 노인들에게 저마다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재활 앱’을 개발한 업체가 있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우리소프트’다.

대상자 화면터치 횟수 등으로
문제 수행의 반응 속도를 파악
지문 답 찾는 기존방식과 차별화

뉴로월드 VR버전으로 日 진출
美 재활공학과 교수와 연구협력
국내선 경도인지장애 임상 진행


◆게임을 통한 인지재활 ‘뉴로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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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월드 인지재활훈련 화면. <우리소프트 제공>


발달장애는 발달 선별검사에서 제 나이의 정상 기대치보다 25%가량 뒤처진 상태를 말한다. 어느 특정 질환이나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제 나이에 이뤄져야 할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염색체 이상 등에 의한 선천성 대뇌 발달 이상이나 미숙아, 주산기 이상, 각종 대사 이상, 감염, 출혈, 저산소증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운동 발달장애의 흔한 원인은 뇌성마비, 말초신경 및 신경근 질환, 정신 지체, 근육 질환이다. 청력이 소실됐거나 정신 지체 자폐증 등이 있으면 언어 발달장애가 흔히 발생한다. 운동과 언어, 사회·심리적 발달장애가 두루 동반된다면 뇌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자궁 내 감염, 주산기 이상, 진행성 뇌 병변에 의한 경우가 많다.

발달장애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탓에 원인 질환에 따라 근원적인 치료는 다르다.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차적인 합병증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임신 전 전염성 질환이나 내분비 질환이 있는지 검진하고, 음주와 흡연, 약물 오남용을 중지해야 한다. 가족 중에서 발달 장애,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병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유전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소프트는 의사소통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놀이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임상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리아동발달클리닉’의 오프라인 재활·치료와 3D 모바일 게임을 통한 인지재활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아동발달클리닉은 언어와 미술, 행동, 인지·학습, 심리, 놀이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달장애 관련 석·박사 인력 15명이 팀워크를 통해 부모교육과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인지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3D 모바일 게임은 우리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뉴로월드(neuro world)’다. 발달 선별검사에 있는 콘텐츠를 전산화시킨 것이다. 점수 합산을 통해 인지능력 등을 도출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게임을 통해 대상자가 몇 번 화면을 터치했는지 등 문제 수행에 있어 반응 속도를 파악해 데이터를 수집, 신뢰도가 높다. 지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기존 방식과의 차별점이다. 검사 분야는 기억력과 언어, 주의집중, 시지각, 실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발달 선별검사로 구현해 거부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재활 대상자별 검사와 훈련결과를 차트형태로 제공해 병원과 클리닉, 학교 등 재활 대상자 다수를 관리해야 할 경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뉴로월드는 3세대까지 개발됐다. 지난해 11월 제품 브로슈어가 나왔고 올 상반기에 앱 스토어(안드로이드·IOS)에 공식 업데이트된다. 버전은 병원과 클리닉 두 가지로 나뉜다.

◆발달 선별검사를 앱으로 풀어내

김병일 우리소프트 대표(47)는 2010년 창업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99㎡(30평) 규모의 사무실로 출발했다. 창업은 1997년부터 지역 벤처기업에서 전산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아오던 김 대표가 2006년 큰 병원의 전산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겪은 특별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발달장애를 치료 중인 아이들과 치매 전 단계 노인들의 상담 등 병원 업무를 그룹웨어 안에 효율적으로 담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쉽지 않은 작업을 하면서 김 대표는 발달장애 재활이나 상담 치료에 관련된 바우처 등의 제도를 알게 됐고, 그 제도 안에 발달 선별검사나 훈련 콘텐츠의 경우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과당경쟁으로 출혈을 낳고 있는 전산 업계의 현실에서 벗어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컸다. 전산 프로그램 개발자인 그는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고, 콘텐츠를 만들 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을 하기까지 5~7년을 매출 없이 견뎌야 했다. 게다가 병원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장될 게 뻔했다.

김 대표는 우리소프트에 우리아동발달클리닉과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소를 함께 열었다.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나오기 전까지 바우처 클리닉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언어재활사 등의 인력을 확보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까지 들였다. 그렇게 3명으로 시작한 우리소프트의 바우처 대상자는 6개월 만에 100명으로 늘었다.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발달 선별검사를 무료로 해주면서 얻어낸 성과다. 김 대표 스스로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재활산업을 전공했다.

이후 2014년 발달성 장애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듬해 뉴로월드 1세대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에는 VR(가상현실) 버전을 발표했다. 1세대는 지적장애 대상자에 대해 임상을 진행하고, 2세대는 노인 대상 반응성 평가를 했다. 2017년 개발한 3세대는 재활병원 뇌졸중 환자를 상대로 임상을 했다.

뉴로월드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소프트는 2017년 기능성 게임 플랫폼에 대해 유럽과 공동개발을 시작했고, 뉴로월드 VR 버전으로 일본에 진출한다. 미국에서는 재활공학과 재활로봇 계통 교수 3명과 임상연구로 협력 중이다. 국내에서는 종합병원, 지역대학병원과 함께 경도인지장애군에 대한 임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3년만 버텨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성과를 내고 나중에는 아동병원 등과 제휴를 맺게 됐다. 수년간 연구·개발한 뉴로월드는 현재 국제학술지(SCI급) 논문과 임상 검증을 통해 인지재활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향후 비전은 발달장애와 관련된 전문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그는 “장애 치료보다 장애의 편견이 쌓인 벽을 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발달장애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꾸준히 재활만 한다면 사회생활하는데 무리가 없을 수준까지 치유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또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재활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훈육과 주변의 관심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재활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와 주변인들이 어떤 관심을 가져주느냐에 따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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