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로 조각한 꽃…“꽉 찬 듯 텅빈 역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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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  발행일 2019-04-16 제24면   |  수정 2019-04-16
김광호, 30일까지 박물관 수
입체·회화적인 사군자 조각
백묘법 이용 화려한 색채 구현
쇠로 조각한 꽃…“꽉 찬 듯 텅빈 역설”
김광호 작가 전시 전경.

주제는 ‘그림자’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하얀 벽에 비친 작품의 그림자가 묘했다. 꼭 그린 것 같다.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라는 느낌이 든다. 은은하다. 사군자의 그림자라 더욱 그렇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벽에 스며드는 듯했다. 김광호 조각가(58)의 작업이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박물관 수에서 작가의 쇠 조각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 타이틀은 ‘철로 꽃을 그리다’. 쇠 조각이지만 회화적이다. 매화, 난초, 대나무, 국화를 소재로 한 사군자 조각은 물론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 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자를 주제로 삼은 것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계명대에서 ‘1960년대 실존주의 조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데 대단한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나 자신을 알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군대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총을 메고 보초를 서러 가는데 땅바닥에 내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아침에는 내 앞, 점심에는 내 발밑, 저녁에는 내 뒤에 그림자가 있더라고요. 그림자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그림자를 역설적이라고 했다. 밝음에서 존재하는 음이 그림자라는 설명이다. 작가는 “음을 만듦으로써 양이 되고 다시 음이 만들어진다. 환원적”이라고 했다. 작가는 매화나 난초, 대나무, 국화의 그림자를 쇠로 조각한다. 그 사군자 조각이 조명을 받아 다시 은은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조각에 프레임도 만들었다. 여백의 미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프레임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화선지를 입체화했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공간은 없으면서도 가득찬 상상의 공간이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작가는 최근 작업에 변화를 줬다. 몰골법에서 백묘법으로 바꿔 제작하고 있다. 몰골법은 윤곽선이 없이 그리는 화법이고, 백묘법은 선만으로 나타내는 기법이다. 작가는 직접 그림을 그린 다음 조각 작업에 들어간다. 백묘법을 사용하자 사군자 조각이 조금 더 화려해졌다. 수묵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열로 채색해 다양한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 쇠와 함께 돌, 나무, 거울 등의 오브제도 사용하고 있다. 30일까지. (053)744-55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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