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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미학 .3] 사찰과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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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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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法 지키는 용신…인간사회 양심·정의 바로 서도록 조화 부릴까

불법(佛法)의 수호자인 용은 산사의 대웅전 등 법당 곳곳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전북 부안 개암사 대웅보전 천장의 용조각.
봉황과 함께 상상의 동물인 용은 매우 신령스러운 존재로, 그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하다. 용은 민족이나 지역,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나 역할이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해온 용은 중국인들이 상상했던 용의 모습과 비슷하다. 중국 위나라 장읍이 지은 자전(字典)인 ‘광아(廣雅)’는 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해 놓았다. ‘용은 인충(鱗蟲) 중의 우두머리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부분에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9·9 양수(陽數)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을 울리는 소리와 같다.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珠)가 있다. 목 아래에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 : 공작 꼬리 무늬같이 생긴 용이 지닌 보물)이 있다.’ 이런 용에 대해 ‘관자(管子)’ 수지편(水地篇)에서는 ‘다섯 가지 색깔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은 부정적 측면이 있기도 한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이처럼 강력한 힘과 능력을 가진 수호신으로 통한다. 수호신 역할을 하는 용의 모습들은 산사에 가면 실컷 만나볼 수 있다.

커지고자 한다면 천하를 덮는 龍
강력한 힘 가진 신령스러운 존재
우리나라 불교에 수용 사랑받아
부처 가르침 받들고 중생 구제도
사찰 곳곳 다양한 장식물로 표현
개암사 대웅전 천장 조각 빼어나



◆불법 수호자인 용

불교에서 용은 불법(佛法: 부처의 가르침, 진리)을 수호하는 신장들인 천왕팔부신중(天王八部神衆)의 하나로, 팔대용신이 대표적이다. 이 용신들은 부처님과 불법을 수호하고,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용은 사찰 곳곳에 다양한 장식물로 나타난다. 사찰입구에 세우는 깃대인 당간(幢竿)의 꼭대기를 용머리 조각으로 장식하는데, 용두보당(龍頭寶幢)이라 한다. 범종의 가장 윗부분인 고리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용뉴라고 한다. 그리고 법고와 목어도 용 그림으로 장식해 용의 소리를 통해 부처의 가르침을 우주법계에 두루 울리게 하는 상징성을 갖게 하였다. 또한 석등에도 용을 조각해 진리의 등불을 수호하는 의미를 부여했다.

탑의 상륜부와 법당의 공포에도 용을 조각해 부처님을 수호하게 했다. 법당의 용 형상 가운데 법당 전면의 중앙 칸 양쪽 기둥머리 바깥쪽에 만들어놓은 용두의 경우, 안쪽에 용미(龍尾)가 장식되어 있으면 이때 용두는 극락세계를 향해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의 선수(船首)를 상징한다. 또 법당 안 불상의 머리 위 닫집 속과 대좌에 용을 배치해 부처님을 최근거리에서 수호하게 했다. 법당 안 천장과 기둥에도 용을 조각해 장엄하고 있다. 불화(佛畵)에도 용이 등장해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승주 선암사의 경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아치형의 돌다리인 승선교를 만나게 된다. 이 다리 밑에 용머리 조형물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뛰어난 조각 솜씨가 발휘된 이 용머리는 계곡의 물을 타고 사찰 경내로 들어올지 모를 사악한 무리들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용은 일찍부터 우리나라 불교에 수용되어 사찰의 중요한 장엄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사랑을 받아왔다.

◆대웅전 용조각

사찰의 용 중에서도 대웅전(대웅보전)의 용조각이 대표적이다. 부안 능가산 개암사의 대웅보전 용조각은 특히 뛰어나다. 1636년에 중건된 건물인 이 대웅보전(보물 제292호)을 보면, 우선 바깥 처마 두 귀퉁이에 멋진 용머리가 조각돼 있다. 뛰어난 조각솜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법당 안에 들어가면 불상 주위의 천장에 7개의 용머리 조각이 보는 이들을 압도할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이다. 대들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용은 몸통도 형상화하고 있고, 머리만 있는 용은 그 위에 봉황이 함께 조각돼 있다. 불상 위의 닫집에도 5마리 용이 엉켜 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근처의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 안 천장에서도 특별한 형태의 용조각을 만날 수 있다. 1633년에 건립된 이 대웅보전은 아름다운 꽃살문으로도 유명하다. 양쪽 공포 위에서 솟아나 대들보에 머리 부분을 걸친 두 마리 용이다. 몸체에는 비늘이 그려져 있고, 용 머리가 매우 화려하다. 부릅뜬 눈과 쫑긋한 귀, 날카로운 뿔과 긴 수염이 생동감을 준다. 한 마리는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붉은 여의주를 물고 있다. 바깥 처마 네 귀퉁이에도 용머리가 장식돼 있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보물 제1563호)에도 용이 많다. 대웅전 앞쪽에서만 용을 14마리나 만날 수 있다. 처마 아래 공포(처마의 하중을 받치기 위한 부재)의 맨 위쪽에 용이 조각된 것이 12개이고, ‘대웅전’ 현판 좌우에도 머리를 길게 내밀어 늘어뜨리고 있는 용조각이 있다. 편액 뒤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내밀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 매우 창의적이다. 법당 앞면의 용조각 장식은 통도사와 마곡사의 대광보전처럼 중앙 칸의 양쪽 기둥 위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웅전 뒤쪽 처마 귀퉁이 아래와 양 측면 공포에 5마리가 더 있다. 그래서 모두 19마리의 용이 대웅전 바깥쪽에서 부처님을 수호하고 있다. 안쪽에 들어가면 불상 위 닫집에 4마리의 용이 조각되어 있고, 양쪽 대들보에도 용그림이 한 마리씩 그려져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법은 이처럼 막강 수호신인 용들이 몇 겹으로 둘러싼 채 지키고 있다. 사실 부처가 깨달은 진리는 그렇게 지키지 않아도 침범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 삶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인간사회의 진리라고 할 수 있는 양심과 정의를 지키는 일이다. 인간의 현실 삶에서는 눈에 보이는 용을 아무리 많이 동원시켜도 인간 스스로가 용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양심과 정의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정의가 침해받고 양심이 용기를 낼 때 ‘미투’ 바람이 폭풍처럼 불어닥친다면 용이 조화를 부리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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