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외교전 실패 조짐, 청와대 진용 개편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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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8   |  발행일 2019-04-18 제31면   |  수정 2019-04-18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 북핵 비핵화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미 간 대화의 돌파구를 다시 마련해보겠다는 취지다. 지난 9~11일 1박3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부랴부랴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됐다는 자평도 있지만, ‘2분짜리 정상회담’이었다는 혹평에서 보듯 최소한의 합의문마저 생략된 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제재는 지속돼야 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완벽히 약속해야 한다’는 설교 같은 원칙만 반복해서 들었다. 우리 측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재개 같은 북한 유인책을 미국 측이 들어줄 것이란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실패했다. 대화의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의 자신감은 빛이 바랬다. 그 와중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모적 발언마저 들었다. 한국의 대미(對美) 외교에 뭔가 큰 사달이 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연유다.

북핵문제는 사실 미국의 주도하에 관리되고 있는 듯 하지만 한편 세계적 현안이기도 하다. UN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누적된 대북 제재가 이를 증명한다. 마지못한 구석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하고 있다. 따라서 대북제재 해제 절차도 미국은 물론 UN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때 가능하다. 그만큼 복잡한 사안이 됐다.

청와대를 비롯해 우리의 대북 안보·외교팀은 이른바 과거 ‘민주화 운동권 시절’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민족끼리 손을 잡을 때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어쩌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상적 민족주의인데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는 전혀 이상적 접근법이 될 수 없다. 국제외교는 그런 감성과 온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 2월말 북미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어떤 합의도 없이 갈라섰다.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측 안보·외교 라인은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돌아가는 사정을 까맣게 모른 것은 물론이고 낙관 일변도로 회담을 바라봤다.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읽어내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우리의 대북 정책이 미로를 헤매는 듯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향후 남북, 북미, 한미 간 정상회담은 감성의 상봉회담이 아닌 생산적 회동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해 안보·외교 라인의 전면적 교체나 전열 정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앞서 냉정한 시선으로 북핵 문제를 다시 한 번 성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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