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지열발전이 촉발’ 논문발표후 압박 많았다”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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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07:48  |  수정 2019-04-19 07:48  |  발행일 2019-04-19 제14면
연관성 제기 이진한·김광희교수
“발전주관사 연구윤리 문제 삼아
학교서 윤리위원회 회부되기도”

[포항] 11·15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국내 학자가 정부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8일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이후 지열발전 주관기관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넥스지오가 김 교수와 나를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고려대와 부산대에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고려대는 예비조사에서 ‘혐의없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지열발전 자료를 논문에 쓰도록 허가하지 않았다’고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윤리위에 회부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익명의 국회의원이 산업부를 통해 관련 자료를 받았다. 윤리위 제소로 문제가 불거지자 모 국회의원이‘산업부가 이 자료로 논문을 쓸 수 있게끔 허가했다’는 공문을 받아줘 혐의를 모두 벗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김광희 교수는 부산대 윤리위원회가 예비조사 없이 본조사를 강행했다”면서 “윤리 위반은 없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물주입과 관련한 원자료를 받아 직접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광희 교수도 “지난 1년간 많은 사건을 겪었다. 결과론적으로 학교 측과 원만히 해결했지만 개인적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자체가 불명예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이 넥스지오를 끌어들인 것뿐이며, 국가 기관이 애시당초 위치를 잘못 선정했다”면서 “지질자원연구원의 기관장이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김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지난해 4월 사이언스에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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