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결혼식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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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08:18  |  수정 2019-04-19 08:18  |  발행일 2019-04-19 제22면
[문화산책] 결혼식이 무섭다
김종필<시인>

4월에 두 번의 결혼식에 다녀왔고, 두 번의 결혼식 초대가 남았다. 축복해야 할 결혼식 초대가 언제부터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냥 당연하거나 참석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여겨지는데 개혼(開婚)을 하지 못한 때문은 아니다.

결혼식은 주말 점심시간에 대부분 진행되지만, 하객들은 그 시간에 맞추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식전에 도착하여 혼주의 얼굴을 보면 좋고, 늦더라도 축의금 봉투와 뷔페식권을 교환하여 점심밥을 먹는 중에 혼주와 얼굴 인사를 하면 되고, 바쁜 일이 있거나 꼭 혼주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면 미리 답례품을 챙겨 돌아오면 그만이다. 요즘은 식장에 가지 못할 경우에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는데, 혼주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정으로 대접하는 한 끼 밥값이 너무 과하기 때문이고, 하객들도 비싼 한 끼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결국 예식장만 배를 불리는 꼴이다. 그래서 축의금을 받지 않거나 작은 결혼식을 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지만, 축의금이 필요치 않을 만큼의 재력가들에 한정된다는 꼬인 시각도 있다. 밥 한 끼 대접하는 정의 문화가 이처럼 서로에게 부담이 될 줄 알았을까. 누군가 결혼식 축하객들에게 시집을 구매하여 감사를 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따로 밥값 지출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 여겨졌다. 축복 속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예쁜 청첩장이 사라져가고 결혼식 일시, 장소, 계좌번호가 문자로 날아오는 시대에 너무 뒤처지는 잡소리 같은가?

주위에 마흔을 넘기고도 결혼을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이미 본전은 물 건너갔는데, 언제까지 식장을 다녀야 하느냐고 우스개 푸념을 하고, 더 늦은 결혼을 하더라도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들의 생각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인데, 머릿속에 여러 생각만 맴돌 뿐 대안이 없다. 아니, 솔직히 본전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변에 나처럼 결혼식 문화의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좋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더하여 그릇된 결혼식 문화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다. 해가 지날수록 결혼 연령이 더 늦어지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청춘이 많다는 것은 결국 인구감소와도 직결된 문제다. 경제적 부담이 덜하고 축복이 가득한 작은 결혼식이 미미하나마 대안일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과하다 싶은 노인복지정책만 내세우지 말고 일부 지자체에서 일회성 행사로 추진하는 취약계층 합동결혼식 따위도 말고, 실업의 고통과 결혼 비용의 부담을 안고 있는 청년 복지 개념으로, 저소득자들에게 공공시설을 활용한 결혼식장, 식당 무상 대여와 그에 상응한 결혼식 비용을 지원하는 식의 체감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김종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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