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염장은 이제 그만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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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27면   |  수정 2019-04-19

공무원은 부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게 원칙이다. 지키지 않으면 그 대가를 자신이 치러야 한다. 그러나 원칙을 벗어난 보상금 집행으로 인해 감수해야 할 대가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의한 처벌이 훨씬 무거울 때 입막음을 위해 과도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종여일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 큰 배는 왜 그렇게 어이없이 침몰했는가. 그보다 배가 가라앉는 동안 승객들을 구조할 시간이 있었는데 왜 구경만 했는가. 해경부터 대통령까지 그 황금시간대에 무엇을 했는가 밝히라 외쳤다. 그 외침이 국민의 가슴에서 공명하자 정권이 다급해졌다. 진상규명은 정권의 결정적인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입막음이 필요했다. 돈은 가장 효과적인 입막음이다. 거액의 보상금을 결정했다. 유가족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더 높였지만 국민의 관심은 진상규명에서 보상금으로 이동해 갔다. 정권은 유가족들의 입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국민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국민의 혈세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데 성공한 정권은 유가족들을 ‘나쁜 사람들’로 몰아갔다. 보상금을 자신들이 줘 놓고 유가족들을 ‘자식의 죽음을 돈으로 바꾼’ 파렴치한으로 선전했다. 잘못을 저지르고 국민의 혈세를 면피용으로 쓴 자신들의 죄를 오히려 슬픔이 극에 달한 유가족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보수꼴통’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월호 보상금 얘기만 나오면 “놀러가다 사고를 당해 죽은 애들 부모에게 왜 국가가 보상금을 주느냐”고 핏대를 세우는 걸 보면 박근혜정권의 공작이 얼마나 잘 먹혀들었는지 느끼게 된다. 정진석이나 차명진의 망언을 그냥 실수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여론층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유가족이 되기 전까지 나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불행한 사람이 됐다. 자식을 먼저 보낸 이들은 위로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이제 놓아 줘야 한다.

‘정말 징글징글하지 않은가.’ 세월호 유가족의 염장 이제 좀 그만 질러라.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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