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김순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장

  • 서민지 수습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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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0   |  발행일 2019-04-20 제22면   |  수정 2019-04-20
“토목업 35년 종사하며 ‘불도저’ 별명 얻어…기업계 유리천장 없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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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장은 “지역 여성경제인의 권익향상과 위상강화를 위해 힘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우먼파워’의 시대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오던 영역에서도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그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여성 대법관 3명, 헌법재판관 2명이 업무를 맡게 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고, 육군과 공군의 대령급 부대에서 여성 지휘관이 지휘봉을 쥐는 일도 생겼다. 남성에 편중됐던 대구 공직사회에서도 여성 공무원이 꾸준히 증가해 46.8%가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남아있다. 특히 기업계에서는 두드러진다. 1997년 92만4천개에 불과했던 여성기업의 수가 지난 2017년에는 153만8천개로, 66.5%나 증가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2017년 여성기업의 30%가 숙박·음식점업, 27%가 도·소매업 등으로, 특정 분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남성기업은 활동기업 전체 1만5천657개 중 법인이 1만52개를 차지한 반면, 여성기업은 4천187개 중 3천개가 개인기업에 편중돼있다. 2016년 여성기업의 5년 생존율도 24.9%에 불과했다. 대구 지역의 여성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여성 기업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김순덕 대구지회장이다. 지난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이 취임한 올해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가 창립 2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은 김 회장은 ‘불도저’라는 그의 별명처럼, 특유의 끈기와 추진력으로 발로 뛰는 회장이 되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여성기업제품 의무구매비율 상향 건의
경단녀 ‘새일센터’ 운영기관 지정 추진
여성가장 창업자금 예산 확대 팔 걷어
권역 내 기업 돌며 현장 애로사항 청취
차세대 지역 여성기업인 권익향상 노력


▶취임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가.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의 국무총리 공관에서 이낙연 총리와 여성기업 활성화와 역할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여성기업간 제한경쟁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건의했다. 여성기업이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실효성 높은 판로지원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여성기업제품 우선구매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와 지자체에서 계약의 근거로 활용하는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는 관련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이 법(국가계약법·지방계약법)에만 의존해 업무를 추진한다. 자연스레 여성기업제품 우선 구매 적용이 힘들다. 그래서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고시금액 미만의 물품·공사·용역의 경우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여성기업’이라는 조항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이 총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협회 차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및 경제자립도 제고와 여성창업 활성화, 여성기업제품 우선구매(공사) 의무구매비율 상향 등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여성가족부와 협력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여가부는 현재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 창업을 위해 전국 17개 지역 158개소에 ‘새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상담, 구인구직 관리, 직업교육, 인턴십 등을 종합지원하는 센터다. 우리 여경협도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일자리 허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회가 새일센터 운영기관으로 지정된다면, 단순 상담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취·창업으로의 연계나 사후관리 등 종합지원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된다. 대구지회도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창업과 성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지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은 정부가 여성창업·초기기업을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여성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은 만큼 올바른 여성경제정책을 위한 디딤돌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찾았을 때, 오찬에서 내가 건배 제의를 했다. ‘평화통일’이라 말했다. ‘평소에 도와주자. 화끈하게 도와주자. 통 크게 도와주자. 일자리를 만들어 도와주자’라는 뜻이었다. 참석한 내빈들이 모두 웃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지역의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이들이 당면한 경제적 상황이 참 힘들다.”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했는데, 지역 여성기업인들은 특별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경기침체로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대구지역의 기업들 대부분이 중소기업, 하도급·협력업체이지 않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경기가 나빠 대기업이 위축되면 그 여파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입을 수밖에 없다. 나는 항상 창업자들에게 ‘상위 5% 안에는 들자’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현실 상황이 참 힘든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 협회에 ‘여성 가장 창업자금 지원’이 있다. 저소득층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점포 임대보증금을 지원해서, 가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자활의지도 제고시키는 제도다. 정말 도움되고 좋은 제도인데, 예산이 적어 제대로 시행을 못한다. 올해 전국 협회 예산이 3억9천만원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6명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마저도 대구 사람은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 첫걸음을 내딛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이런 정책을 통해 사회로 당당히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이 제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대구지회장으로서 지역의 어려운 여성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정부의 예산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 대구시와 여성가족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회 차원에서도 앞으로 꾸준히 이 문제에 대해 대구시에 문을 두드려볼 생각이다. 시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한다.”

▶토목업에 30년 넘게 종사하고 있는 등 이력이 독특하다.

“토목업계에 발들인 지는 35년 정도 됐다. 사람들은 남성의 전유물과 같은 토목·건설업계에서 어떻게 버텼냐고 말하지만, 나에게 일은 그냥 ‘일’이상의 의미다. 나는 내 손길이 닿은 고속도로, 교량 등을 내 예술작품이라 생각한다. 공사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그 변화 과정이 그림처럼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그만큼 남다른 의미다. 기본적으로 이 업계는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해낼 수가 없다. 어떤 일보다 꾸준하고 성실해야 목적 을 달성할 수 있다. 내 별명이 ‘불도저’인데, 한 사람이 5인의 몫을 너끈히 해낸다는 의미다.

안동김씨,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한 편견을 이겨낼 것이라는 다짐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장군이 되거나 큰 건설회사 사장이 돼야겠다는 꿈을 가졌는데, 졸업 후 토목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토목업이나 건축업에 종사하려는 여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중도 포기하지 않고, 열번, 스무번 이상의 산을 넘어야 비로소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언제나 ‘발로 뛰는’ 회장이 되겠다. 빠른 시일 내에 권역 내의 모든 기업을 다 방문할 예정이다. 또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집하고, 정책적 건의도 수합해 튼튼한 차세대 여성기업이 많아지도록 내 역량을 다할 것이다. 지역 여성경제인 권익향상과 위상강화에 힘쓰는 것은 물론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몫을 다해내는 대구의 모든 여성기업인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서민지 수습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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