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한 사회 안전망이 방치한 조현병 환자의 난동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4-22   |  발행일 2019-04-22 제31면   |  수정 2019-04-22

조현병 환자의 난동으로 또 무고한 생명들이 스러졌다. 조현병은 환각·환청에 따른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정신병이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에서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5명이나 숨졌다. 피해자는 원한이나 이해 관계가 전혀 없던 지역 주민들이었다. 누가 자신을 자꾸 괴롭히고 추적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무고한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조현병은 아주 심각하다. 국가나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에 이런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는 하루 빨리 공조해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최근 1년 새 대구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크고 작은 범죄가 있었다. 지난 2월11일 북구의 한 가정집에서도 조현병 치료 전력의 40대 남성이 흉기로 70대 노부모를 살해했다. 지난 4일에는 달서구 이곡동 거리에서 20대 조현병 환자가 10대 행인의 머리를 흉기로 찔러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서울 강북의 한 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조현병 환자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개정법에도 수사기관의 정신병력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은 없다고 한다. 사안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미리 방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핵심은 조현병 환자의 관리가 잘 안 되고 있고, 그나마 등록된 환자에 대해서도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장 출동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정신 병력을 알고 대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50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정신질환자의 20%만 등록돼 있을 뿐이다. 게다가 경찰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미리 공문을 보내야 하고, 공문을 보내도 협조가 안되는 경우가 있으니 문제다. 경찰관의 정신병력자 전과기록 열람도 별도의 승인절차 등 제한이 많다. 정신병자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란다. 정신병자의 인권도 살펴야 하겠지만 피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정신병자가 휘두른 흉기에 피해를 입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 조현병 병력자는 강제로라도 추적해 병원치료를 받게 해야 맞다. 또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들 환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