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존엄 케어’ 확산을 바라며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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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4   |  발행일 2019-04-24 제9면   |  수정 2019-04-24
[취재수첩] ‘존엄 케어’ 확산을 바라며

고령 A요양원 80대 치매노인 폭행사건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노인 인권 신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존엄 케어’를 통해 노인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노인문제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한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한 전문가는 “고령 A요양원 노인 폭행 사건은 평소 노인을 대하는 간병사와 원장의 그릇된 태도·방식이 원인”이라면서도 “이를 어느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제도적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요양병원 노인인권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86개 요양병원에서 장시간 신체보호대 사용(18건)을 비롯해 가림막 없이 기저귀 의복 교체(18건), 입원실 안팎 입·출입 제한(16건), 고함·윽박지름(15건) 등으로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노인 관련 시설 등에선 이보다 더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아셈노인원권정책센터 김현정 정책기획팀장은 “노인 인권은 빈곤·질병·주거 등 기본적 욕구의 미충족과 사회적 배제·차별·폭력·학대 등 사회적 관계 욕구의 미충족, 나이를 이유로 노인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연령차별, 노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적대적 감정 표출 및 행동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바로 이것이 노인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요양원을 조사 중인 경찰은 “행동 장애가 심할 경우 간병사들이 자기 방어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제어하고 약간의 힘을 주어 케어하는 게 사실이며 노인관련 시설에서 노인을 향한 신체·정서적 학대 등에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다 라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경찰 얘기를 들으니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 최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에서 노인 인권 신장을 위한 존엄 케어 선포식이 열린 것은 고무적이다. 노인에 대한 적대·혐오 등 부정적 인식과 함께 노인에 대한 차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이 존엄 케어를 통해 노인 인식 개선 및 인권 강화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요양병원에서 노인 인권 강화를 이루기 위해 ‘존엄 케어’를 실시해야 한다”라며 “재활치료를 통해 둔해지거나 잃어버린 운동 능력을 가능한 최대치로 끌어올려 스스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요양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마지막 정거장이 아니라 다시 집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곳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존엄 케어 선포가 말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석현철기자 (경북부/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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