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영남권 공항개발 ‘복수 공항 체계’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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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5   |  발행일 2019-04-25 제30면   |  수정 2019-04-25
외국의 거대도시 광역권은
일차 -이차 등 복수공항체계
영남권도 관문공항 갖추고
기존 공항은 현위치 존속을
통합대구공항이전 멈춰야
20190425
이재하 경북대 명예교수

영남민의 신공항 입장은 5개 광역단체장의 방침과 사뭇 다르다. PK 측은 김해 신공항 백지화·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주장하나, 100만 국민청원운동에 5천명 미만 참여가 말해 주듯 반대 여론도 못지않다. TK의 대구 통합 신공항 추진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4%는 대구공항 존치를 원한다. 이러한 간극은 이용자 지향적인 공항개발 제도의 부재와 무관치 않다.

공항은 민간, 군사, 일반항공(general aviation) 공항으로 나눈다. 민간공항은 상업용 항공운송(CAT) 혹은 정기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중(민간인)용 국내, 국제공항을 말한다. 서구에서 보편화된 ‘일반항공 공항’은 지역사회의 공익에 필요한 항공의 여러 기능, 즉 기업 업무, 환자 이송·산불진화 등 비상 대응, 비행 교습, 산업·항공관측, 관광·특별 행사 등을 수행하는 일종의 ‘범용 공항’이다. 주요 선진국은 1970년대 이후 급증하는 항공운송 수요에 대비하여 공항 이용객의 분산과 접근성도 높이는 ‘복수 공항 체계’를 채택해 공항개발을 하고, 범용 공항도 구축해 왔다. 우린 그들의 성공적 경험에서 교훈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구미에서 등장한 복수 공항 체계는 ‘거대도시 광역권’에서 다수 공항이 한 세트가 되어 상업용 항공교통 서비스를 협력적으로 제공하는 진화된 항공운송 메커니즘이다. 런던 광역권(인구 1천404만명)은 ‘일차 공항’ 2곳(히스로, 개트윅)이 역내 총 여객의 70%를 처리하고, 나머진 ‘이차 공항’ 4곳(스탠스테드, 시티 등)이 맡고 있다. 일차 공항은 역내 총 여객의 20% 이상을, 이차는 1∼19%를 담당하는 개별 공항을 일컫는다. 하지만 일차 2곳과 스탠스테드 공항은 관문공항으로, 다른 것들은 유럽 대상 국제공항으로 역할을 한다. 시티 공항은 런던 도심 이용자들의 편리한 접근성을 위해 1987년 템스 강변 옛 로열 부두에 개장한 것이고, 다른 것들은 1943년 이전에 개설된 공항을 확장한 것이다. 지역에는 범용 공항도 17곳에 개설돼 있다.

뉴욕 광역권(2천32만명)에는 일차 공항이 3곳(존 F. 케네디, 뉴어크, 라과디아) 있다. 전자 둘은 대표적인 관문공항으로 각각 1948년, 1928년 개항 이후 지속해서 확장한 것이고, 후자(1939년)는 맨해튼 중심에서 9.7㎞ 거리의 지리적 접근성으로 연 3천만여 명이 이용하는 국내 공항이다. 이차 공항은 20세기 초 개설된 스튜어트 등 4개 공항이 있고, 범용 공항은 21곳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본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케이한신 광역권(1천950만명)은 일차 공항 2곳(간사이, 오사카)과 이차 공항 2곳(고베 등)으로 구성된다. 오사카 국제공항 확장이 한계에 이르자 1994년 간사이 관문공항을 건립하고, 옛 공항은 지역민의 국내용으로 전환한다. 고베 공항은 시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2006년 신설된 것이다. 범용 공항은 겸용 포함 2곳뿐이다.

부산·대구 광역권 곧 영남권(1천311만명)의 공항 개발도 복수 공항 체계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첫째, 영남권에서 관문공항은 기존 공항의 입지적 한계로 신공항 건설 외는 선택지가 없다. 관문공항은 중장거리 노선 확보가 존립의 관건인 만큼, 이를 충족할 잠재적 항공 수요 곧 접근 가능 인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한곳에서 겨우 가능하다.

둘째, 신공항 완공 이후에도 이용 여객이 상당한 김해, 대구, 울산 공항은 시민의 편리한 접근성을 존중해 현 위치에서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 운항을 지속해 가야 한다. 이 대목에서 대구 신공항의 경북 이전 추진은 시민의 공항 접근성과 시 재정을 함께 악화시킬 공산이 매우 크므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

셋째, 영남의 시·도민들도 항공의 공익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범용 공항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작은 민간공항과 군사 공항이 범용 공항의 기능을 겸하게 관련 시설과 장비를 구비해 운용하고, 필요한 곳엔 공항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지방 정부의 개혁적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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