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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미학 .4] 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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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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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단 위 천장에 펼쳐진 ‘불국정토’…전통 공예미의 정수

사찰 법당의 불상 위 천장에 장엄물로 만들어놓은 닫집은 전통 건축미와 공예미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 닫집인 논산 쌍계사 대웅전 닫집(위쪽)과 완주 화암사 극락전 닫집.
산사의 옛 전각들 중에는 매우 소중한 문화재가 적지 않다. 재력과 권력, 신심의 뒷받침 아래 당대의 대표적 건축가와 공예가들이 최고 수준의 솜씨를 동원한 작품들이다. 특히 법당 안에 들어서면 당대 최고 전문가들의 솜씨가 한 곳에 농축돼 있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불상 위 천장에 매달려 부처님을 장엄하고 있는 닫집이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한 닫집은 전통 건축미와 공예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닫집이지만 법당 안 천장에 있는 데다 조명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 일반인은 물론 불교 신도들도 그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법당 안 불상 위에 만들어 놓은 장엄물

닫집은 존귀한 존재를 장엄하기 위해 건물 안 천장에 별도로 만들어 놓은 집 형태의 조형물이다. 주로 사찰 법당의 불상 위나 궁궐의 어좌 위에 조성돼 있다. 닫집은 ‘당가(唐家)’라고 하는데, 중국 당나라에서 수입된 집이라는 의미인 듯하다. 닫집의 ‘닫’은 ‘따로’라는 옛말로, 닫집은 ‘따로 지어놓은 집’이란 뜻이다. 이 닫집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던 산개(傘蓋)나 일산(日傘)에서 비롯돼 천장을 장식하는 장엄물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존귀한 존재 장엄하는 집 형태의 조형물
석가모니 햇볕가리개서 비롯된 것 추정
연꽃·오색구름 등 정교하고 화려한 장식
쌍계사 대웅전·화암사 극락전 닫집 유명
법당 안 어두컴컴해 예술적 가치 가려져



사찰의 닫집은 불단(佛壇) 위에 장엄물로 조성되는데, 천개(天蓋)라고도 한다. 인도는 더운 나라여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할 때 햇볕을 가리기 위해 산개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후에 닫집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천으로 만들어졌으나 점차 목재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법당의 닫집은 부처의 세계인 불국정토, 극락세계의 궁전을 가리키는 적멸궁, 칠보궁, 만월궁, 내원궁 등을 상징한다. 이러한 닫집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형태에 따라 일반적으로 보궁형(寶宮形), 운궁형(雲宮形), 보개형(寶蓋形)으로 나눈다.

보궁형은 공포를 짜 올려 천장과 별도로 독립된 집 모양을 만들어 설치하는 형식이다. 현재 가장 많이 남아있는 닫집 형태이다. 공포 아래에는 짧은 기둥이 달려 있는데 이를 헛기둥(虛柱)이라고 부른다. 보궁형 닫집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동 봉정사 극락전 닫집처럼 단아하고 조촐함을 보이다가, 시대가 흐르면서 점점 화려하고 장식적으로 변해갔다. 논산 쌍계사 대웅전, 완주 화암사 극락전, 강화 전등사 대웅전, 부산 범어사 대웅전 등 사찰 법당 닫집의 대부분이 보궁형이다. 보궁형은 일자(一字)형, 아자(亞字)형, 정자(丁字)형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운궁형은 공포를 짜 올리지 않고 장식판재 등으로 구획을 짓고 안쪽에 극락조, 오색구름, 용, 봉황 등 길상의 상징물들로 장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도 운문사 비로전, 서산 개심사 대웅전, 남양주 봉선사 금당,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 경산 환성사 대웅전 등에서 볼 수 있다.

보개형은 천장 일부를 감실처럼 속으로 밀어 넣은 형태로 설치된다. 특별한 장식물 없이 용이나 봉황 등을 단청으로 장식하고, 천장 속 공간의 사면에 공포(전통 목조건축에 쓰이는 조립부분 부재) 모형을 짜 넣어 집 모양을 만들고 있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에 지은 법당에서 볼 수 있는 초기 닫집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강진 무위사 극락전과 안동 봉정사 대웅전, 문경 봉암사 극락전 등에서 볼 수 있다.

닫집은 보개형에서 운궁형, 보궁형으로 발전해왔다. 보궁형의 경우 기둥으로 닫집의 하중을 받치는 형식인 지지주형(支持柱型)과 닫집을 천장에 매다는 형식인 현괘형(懸掛型)이 있다.

닫집은 다포계의 섬세한 포작(包作: 처마의 공포를 짜맞추는 일) 기술을 총동원하고 용, 극락조, 연꽃, 오색구름 등의 화려한 조형물로 장식해 신성한 불국정토의 세계를 표현한 것인 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다.

◆논산 쌍계사 대웅전 닫집 등이 특히 유명

사찰 법당의 닫집 중 논산 쌍계사 대웅전의 닫집이 정교하면서도 절제된 품격을 갖춘 대표적 닫집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보물 제408호)이 재건축된 1738년 당시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닫집은 보궁형 닫집의 전형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불단에 모셔진 세 불상 위에 각각 별도의 닫집이 조성돼 있고, 다른 사찰의 닫집과는 달리 각각 ‘적멸궁(寂滅宮)’ ‘칠보궁(七寶宮)’ ‘만월궁(滿月宮)’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지지 기둥이 있는 지지주형 닫집이다.

가운데 석가모니불 위 닫집이 적멸궁이고, 왼쪽 아미타불 위의 닫집이 칠보궁, 오른쪽 약사여래불 위 닫집이 만월궁이다. 중층의 목조건물 형태로 조성된 닫집은 층별로 처마 아래에 한 층에 10개 정도씩의 공포가 첩첩이 짜여 있다. 그리고 전실(1칸), 중실(3칸), 후실(5칸)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처마(겹처마)들이 만들어내는 곡선미가 아름답다. 처마 귀퉁이 위에는 화염보주(火炎寶珠: 불길 모양의 장식물)가 장식돼 있다.

닫집 안은 오색구름 사이로 용이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아래로 뻗은 헛기둥 끝에는 다양한 형태의 연꽃이 조각돼 있다. 닫집 천장에는 용의 몸체와 학, 영지 등이 그려져 있다. 용은 칠보궁과 만월궁에는 한 마리씩만 조각돼 있지만, 적멸궁에는 아홉 마리의 용조각이 있다. 그리고 적멸궁 닫집 앞에 세 마리의 극락조가, 만월궁 앞에는 한 마리의 극락조가 날고 있다. 쌍계사 주지 종봉 스님은 극락조가 더 많이 있었을 것이나 세월이 흐르면서 없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완주 화암사 극락전(국보 제316호, 1605년 건립) 닫집도 유명하다. 작은 삼존불 위에 지지주형으로 된 단층 아자형 닫집이다. 매우 화려하고 다양한 조각물들이 역동적으로 표현돼 있다. 황룡 한 마리가 위력적인 기세로 꿈틀거리고 있고, 헛기둥에 피어난 열 송이 연꽃과 오색구름 등이 주위를 수놓고 있다. 그리고 비천상 한 쌍이 황룡 좌우에서 춤을 추고 있다.

법당 장엄의 극치를 보여주는 닫집은 불교 가치관이 담겨있지만, 우리 전통의 건축미와 미의식이 어느 곳보다 잘 녹아있는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프랑스 고딕 양식 건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달 16일 화재로 대부분 불타버렸다. 대참사 현장을 지켜본 프랑스인은 물론 지구촌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 속에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참사 후 곧바로 세계적 기업 등이 내놓겠다고 한 복구 성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재산이나 권력을 이처럼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고 복원하는 일에 쓰는 것은 특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아름답고 멋진 닫집을 가진 사찰 법당도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인류 문화재와 다름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닫집들을 어두컴컴한 법당 안에 둘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닫집들을 따로 복제해 한 곳에 모은 닫집 박물관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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