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게와 영덕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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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2   |  발행일 2019-05-02 제30면   |  수정 2019-05-02
[취재수첩] 대게와 영덕

영덕하면 대게다. 영덕 주요 특산품 가운데 하나인 영덕대게는 고려시대 때부터 임금에게 바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했다. 예전엔 지역 주민들도 쉽게 맛볼수 있을 만큼 흔했다. 하지만 이젠 최고급 한우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모두가 맛보기를 주저할 뿐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중화 되지 않은 영덕대게는 TV 인기 주말 드라마를 통해 강구항과 함께 알려지게 됐다. 이후 대게를 찾는 소비자(관광객)가 크게 늘어나면서 200여개 식당들로 이뤄진 지금의 강구항 대게상가가 형성됐다.

반면 대게생산은 2007년 4천800t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15년 1천915t으로 60%가량 줄어들더니 최근까지 해마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 수요 증가도 있지만 대게 개체수 감소에 따른 어획량 감소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부화 이후 9년가량 성장해야 잡을 수 있는 대게 특성과 자원 관리를 소홀히한 채 우선 돈이 된다는 이유로 너나 없이 먼저 잡는 남획을 저질렀다.

줄어든 생산량만큼 소득도 감소한 대게잡이 어민들은 해수부·경북도·해경 등을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수차례 집단시위까지 벌였다. 그동안 대게 판매로 성장한 강구항 대게 상인들도 비현실적인 비싼 대게 가격 때문에 앞으로의 걱정이 크다.

영덕군 처지도 대게와 비슷하다. 한때 잘나갈 땐 11만명이던 영덕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말 기준 3만8천여명에 그쳤다. 2014년 인구 4만명 선이 무너졌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500명가량 인구가 줄다보니 현재는 인구의 절반이 60세 이상이다. 이 같은 추세가 10여년 정도만 더 지나면 도시지역 동(洞)인구보다 작은 3만명까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될 상황에 놓였다.

예전부터 영덕은 농·수·축산 등 1차 산업과 일부 서비스 업종이 지역 경제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월이 갈수록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다른 농어촌처럼 딱히 내세울만한 기업도, 인구 유입을 위한 안정된 일자리도 거의 없다보니 지역 경제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영덕군은 오래 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정부 예산을 따내려고 노력해 왔다. 정부의 굵직한 대형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썼던 때도 있었다. 당시 주민들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와 ‘지역을 발전시켜 보자’로 나눠져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갈등과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상당수 중장년층 지역민은 소리없이 쪼그라 들고 있는 영덕 인구와 경제 그리고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현재 영덕지역에선 약 2천30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과연 몇 명이나 자신이 자란 영덕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영덕군과 군의회는 모든 지혜와 방법을 동원해 영덕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 소재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지도자들의 통찰과 정책적 선택이 그 지역의 앞날을 결정한다.

남두백기자 (경북부/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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