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도 반한 가장 한국적인 곳, 안동으로 오이소∼”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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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4 07:26  |  수정 2019-05-04 07:59  |  발행일 2019-05-04 제4면
‘로열웨이’ 1천만 관광시대 연다
20190504
① 하회마을을 방문한 영국여왕이 담연재 마당에서 하 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고 있다. ② 봉정사를 방문한 여왕이 만세루에서 청기와에 방명 을 준비하고 있다. ③ 하회마을을 방문한 영국여왕이 담연재 마당에 차려 진 생일상을 지켜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2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방문했던 안동을 아들인 앤드루 왕자가 다시 찾는다. 여왕이 걸었던 길을 아들이 대를 이어 걷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안동시는 영국 여왕 방문(1999년) 2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오는 14일 앤드루 왕자 방문을 앞두고 행사준비에 분주하다. 앤드루 왕자는 ‘퀸스로드’를 따라 걷는다. 영국 왕실 경호·의전 관계자들은 지난달 왕자가 방문하는 하회마을, 안동농수산물도매시장, 봉정사 등 퀸스로드와 이번에 추가된 경북도청, 한국국학진흥원 답사를 마쳤다.

1999년 엘리자베스 첫 방문 세계 주목
충효당·담연재·봉정사·하회마을에다
앤드루 왕자, 도청·국학진흥원도 방문
안동시, ‘로열웨이’ 새 이름 붙여 마케팅

여왕 방문 20돌·왕자 방문 英 왕실 특수
11∼15일 전통놀이·공연·체험행사 풍성


◆“가장 한국적인 곳 보고 싶다”

1999년 4월1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한국을 국빈 방문해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며 73세 생일을 맞이해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을 둘러봤다.

이날 오전 하회마을에 도착한 여왕은 서애 류성룡의 충효당(보물 414호) 앞에서 풍산류씨 14대 종손 류영하씨와 종부 최소희씨, 이의근 경북도지사, 정동호 안동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여왕은 이곳에서 우리 전통의 김치와 고추장 담그는 모습을 세심하게 지켜본 뒤 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여왕이 해외나들이에서 신을 벗은 것은 처음이었다.

여왕은 담연재로 걸어 가면서 농부들이 소를 몰고 쟁기로 밭을 가는 이국적인 모습을 보고 신기한 듯 잠시 멈추기도 했다. 여왕은 담연재 앞에서 주인 류선우씨 부부와 장남 시관, 차남 시원씨의 인사를 받으며 앞마당으로 입장했다.

당시 담연재 마당에 마련된 생일상에는 궁중에서 임금에게만 올리던 ‘문어오림’과 매화나무로 만든 꽃나무 떡 등 47가지 전통음식이 차려졌다. 여왕은 생일상을 받아 “영광”이라고 말하고 생일상이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이날 담연재 주변에는 여왕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초가지붕 위에 40여명이 올라가 구경하다 가옥의 대들보가 무게를 못 이겨 부서지고 다른 집의 기와 200여장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래오래 추억을 간직하겠다”

봉정사를 방문한 여왕은 문인 주지스님과 성묵 총무스님의 안내로 대웅전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을 둘러봤다. 돌탑쌓기와 범종과 법고를 치는 장면 등을 관람하며 불교문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여왕은 “대웅전에는 3개의 불상을 봉안했는데 극락전에는 왜 1개의 불상만 봉안했는가. 돌탑을 쌓는 의미는 무엇인가. 법고는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등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

여왕이 극락전 3층석탑 앞 돌탑에 돌을 하나 쌓은 뒤 성묵스님이 “오래오래 사시라는 축원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자 “고맙습니다. 소원을 비는 의미가 있군요”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은 자리를 옮겨 만세루에서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라고 쓴 방명록에 서명을 마친 뒤, 청기와에 서명을 하면서 ‘오목한 기와에 서명하기가 어렵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인 주지스님이 여왕의 봉정사 방문기념으로 직접 쓴 ‘일념만년거(一念萬年去, 좋은 생각은 만년을 간다)’ 족자를 선물하면서 “봉정사를 방문한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하자 여왕은 “참 좋은 글이다. 색다른 감회를 느꼈고 오래오래 추억을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여왕은 방문장소에서 합죽선(合竹扇)과 칠보화관, 양반탈, 탈장승, 족자, 오방색 복주머니, 청자화병 등 7가지 생일선물을 받았다. 이들 선물을 영국왕실로 가져가 관광안동의 이미지가 세계 각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박한 이웃집 할머니 같은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안동을 방문하는 동안 궁금한 것을 묻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소박한 이웃집 할머니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여왕은 담연재 마당에서 인간문화재 이상호씨 등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들이 펼치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열두마당 가운데 여섯번째인 양반선비마당 공연을 지켜봤다. 안내자가 800여년 된 탈놀이의 역사와 공연에 참가한 회원들이 모두 안동사람들이라고 설명하자 “놀랍다”고 말했다.

농산물도매시장에 도착한 여왕은 사과선별장에서 사과생산지를 묻고 “사과가 굵은 것이 특징”이라며 안내자에게 말을 건넨 뒤 선별직원들을 격려했다.

여왕이 경매를 기다리던 농민에게 다가가 “상품을 직접 생산했느냐. 여기까지 오는데 거리가 멀지 않느냐”는 등 이웃집 할머니 같은 자상함을 보이자 지켜보던 농민들이 환호의 박수를 쳤다.

여왕은 떠나기 앞서 농민대표가 과일바구니를 선물하자, 바구니속 과일의 생산과정을 일일이 물어보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여왕은 안동을 방문하는 동안, 방문지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표시하면서 “영광이다. 놀랍다.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왕에 이어 20년 후 왕자가 걸어

앤드루 왕자는 여왕이 걸었던 하회마을,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 외에 경북도청과 한국국학진흥원을 방문한다.

앤드루 왕자 방문과 관련해 경북도와 안동시, 안동축제관광재단은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 행사’를 오는 11∼15일, 5일 동안 개최한다.

11∼14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인 남사당의 줄타기·버나·어름 등 신명나는 공연과 퓨전국악, 한국무용, 전통혼례 등이 펼쳐진다. 영국 여왕 포토존·여왕 생신상 포토존·여왕 사진 전시 등과 함께 하회마을 주차장에서 지역 농·특산품 특별 판매와 플리마켓이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담연재는 11∼15일 개방된다. 특히 10∼11일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불놀이인 ‘선유줄불놀이’가 오후 7∼9시에 하회마을 내 만송정과 부용대에서 펼쳐진다. 봉정사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국화차 체험·봉정사 내 스탬프 투어·연등 만들기 체험 등이 열린다.

앤드루 왕자가 방문하는 14일에는 여왕이 걸었던 길인 ‘퀸스로드’를 ‘로열웨이(The Royal Way)’로 새롭게 명명하고 충효당에서 이를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를 갖는다. 특히 생일상을 함께 나누는 한국과 영국의 관습에 따라 여왕과 생일(4월21일)이 같은 93명을 초청해 이들이 앤드류 왕자와 함께 한국·영국의 차문화를 체험하는 ‘생일상 나눔 행사’를 담연재에서 진행한다. 이날 백파이프와 취타대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또 담연재에서는 당시 생일상도 재현한다.

◆외지인들 여행상품에 큰 관심보여

안동시는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 기념행사’ 및 앤드루 왕자 안동 방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홍보전과 함께 관광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행사의 주요 코스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봉정사 일대 활성화를 위해 국내 대규모 여행사인 하나투어·모두투어·승우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서울·부산 등지에서 관광객 모객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행사에 지역 관광 정보와 행사의 주요 내용을 제공해 여행상품을 기획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홍보 영상 및 광고를 제작해 홈페이지·SNS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3일까지 700여명이 여행상품을 선택했으며, 기념행사인 11∼14일을 전후해 안동을 찾을 예정이다. 이들 여행사를 비롯해 안동시에도 관광상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남은 기간 동안 홍보 및 모객 활동을 통해 행사기간 방문객은 1천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 관계자는 “20주년 기념행사는 상반기 안동 관광 진흥의 큰 이슈이자 변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행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를 보유한 안동을 세계 속에 다시 한 번 알리고, 영국 왕실이 대를 이어 걸은 길을 관광 자원화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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