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생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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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7   |  발행일 2019-05-07 제31면   |  수정 2019-05-07
[CEO 칼럼] 생존력

요즘 불경기로 날마다 힘겹게 이어가는 중소기업이나 샐러리맨들에게 성공이란 말은 배부른 자의 사치로 전락해버렸다. 이들의 관심사는 성공이나 발전은커녕 현재의 위기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내고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현실에 있을 것이다. 바로 생존이 이들의 살아가는 목적이고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생존력이다. 샐러리맨에게 생존력이란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텨내는 힘이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는 어려운 가운데 망하지 않고 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3억년간 생존한 ‘살아있는 화석’ 바퀴벌레를 참고하여 정의하자면, 생존력이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 혹은 조직체의 역량’을 의미한다. 일단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고 성공하는 자는 필연적으로 강한 생존력을 갖춘 자들이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그 유명한 경쟁우위라든가 핵심역량 등 어렵고 복잡한 개념보다는 생존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 기업에는 더 요긴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생존력을 결정짓는 첫째 요인은 위험감지력이다. 우리는 흔히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는 말을 쓴다. 여기서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손자병법의 36계 중 마지막 주위상(走爲上)을 말하는 것으로 때로는 전략상 적을 피해 도망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위험이 다가옴을 미리 감지하여 도망을 가든 몸을 숨기든 그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데 최우선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바퀴벌레가 아무리 생존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살충제를 맞기보다는 안 맞는 것이 생존하기에 낫다는 말과 같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업계동향을 분석하여 수요급락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는 행동을 들 수 있다.

둘째 요인은 위기대처능력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필요할 때마다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한마디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것이다.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면벽광산(벽에 부딪쳐야 생각이 떠오른다)과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창의성이 위기대처능력을 결정한다.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군의 중요한 전략거점이었던 뤼순 공방전에서 일본이 승리한 배경으로 오랜 기간 봉쇄당했던 러시아군은 채소류의 반입이 불가능하여 비타민C 부족으로 군내에 괴혈병이 대규모로 돌아 막대한 전력손실을 입은 점이 지적된다. 사실 괴혈병은 콜라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 C의 결핍에 의해서 발생하는 단순한 병이기 때문에 과일과 채소만 먹어도 해결이 된다. 뤼순을 점령한 후 러시아군 식량창고를 둘러보던 일본군 사령관 노기 마레스케가 잔뜩 쌓여 있는 콩더미와 일부 습기를 먹은 콩들이 이미 싹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바보같은 놈들’이라고 욕을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러시아군은 콩나물을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복탄력성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 심리학적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뜻한다. 회복탄력성의 첫째 구성요소는 자기조절능력으로 스스로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거나 기분에 휩쓸리는 충동적 반응을 억제하고 정확한 대처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 구성요소인 대인관계능력은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맺고 오래도록 유지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심리나 감정 상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등 대인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의미한다. 셋째, 긍정성은 지금의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의 강점에 대한 자신감 및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등 낙관주의적, 긍정적인 성향이다.

결론적으로 생존력이란 역경을 극복하는 개인과 기업에 모두 공통으로 요구되는 능력으로 요즘 특히 생각해볼 문제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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