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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포노 사피엔스의 자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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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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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심리학과 관련한 교사 연수에서 프로이드가 말한 ‘자아’에 대해 모둠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자아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모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지요. 이 질문을 던진 선생님께 같은 질문을 드려 보았어요. “선생님은 본인의 자아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으세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에게 이 질문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입니다.

저는 국어 교사입니다. ‘국어 교사’는 제 자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요.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 질문거리는 ‘아이들은 왜 스마트폰을 유독 좋아하는가?’와 ‘아이들은 왜 종이책에서 자꾸만 도망치는가?’입니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위해 스마트 기기 활용을 권장하고 있고,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까지 구축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공부하는 데 지혜롭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활자로 된 텍스트로 정보를 습득할 만한 내용도 교실의 아이들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의 자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른들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는 부제가 붙은 ‘포노 사피엔스’는 현대인에 대한 가장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015년 3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을 게재했습니다. 기사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대’가 왔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만든 말입니다. 뜻을 해석하면 ‘지혜가 있는 스마트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놀랍지요? ‘스마트폰’에 지혜가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등장한 용어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불과 10여년 만에, 전 인류의 생활이 혁명적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책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우리의 독서 행위가 인류사 전체에서 매우 특이한 현상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읽기 도구들로 인해 대중화된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소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05년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 그룹은 ‘Annual Review of Sociology’에서 우리의 독서 습관에 있어 최근의 변화들은 대중적인 독서의 시대가 우리 지적 역사에 있어 짧은 ‘예외’였음을 암시한다고 했습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2017년 국회에서 발표한 ‘독서와 시민의 품격’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사람의 뇌는 본래 독서에 적합하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독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습관이라는 것이죠. 진화론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독서를 사람들이 계속하는 이유는 독서가 가져다주는 이득 때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읽고 쓰는 방식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글이 인쇄된 책에서 빠져나와 기술의 생태계 속에 정착됨에 따라 계속될 것입니다.

종이 책을 싫어하고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기성 세대의 시선은 일종의 신념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입니다. 작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프로그램’은 자신도 잘 모르면서 하게 되는 사고나 행동의 습관이라고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자아를 규정하는 기준으로 교실 속 아이들을 판단하면 안 될 것입니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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