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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개아가리 닥쳐라(合取狗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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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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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가 몸이 불편해지면 분리감이 커진다. 상대방의 작은 농담에도 쉽게 화를 내고, 무심코 하는 행동에도 쉽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나’는 현상일 뿐이고 실체가 아니라는 생각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병에 걸렸을 때는 타인과의 분리감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리감 역시 자연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분리감이란 마음속에 있던 불편함이 몸의 불편함으로 인하여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분리감은 그냥 ‘알아지면’ 저절로 해소된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자연현상과 같이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갖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작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바람이 부는 것은 어디서 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닌 것과 같다. 기압차에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우리의 몸도 바람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물이 수증기가 되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죽음이란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방식으로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무엇을 하려고 하거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곧 ‘함’이다. 이런 함이 없는 상태가 곧 수행이고 명상이다. 생각의 내용은 허깨비에 지나지 않으니 신경 쓸 대상이 아니다. 찰나찰나 경험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 순간에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고 생각되는 것을 그냥 알아차리는 것이 곧 명상이고 수행이다.

당나라 말기에 약산유엄(藥山惟儼)이라는 선사가 있었다. 어느 날 당시 낭주자사인 이고(李)가 선사를 찾아 왔다. 이고는 산문의 대가이자 탁월한 시인이었던 한유(韓愈)의 조카사위이자 제자로, 훗날 유학의 심성론인 ‘복성서(復性書)’를 저술한 문장가였다. 약산 선사의 명성을 듣고 이고가 도(道)에 관해 물었다. 이에 약산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위를 한 번 가리켰다가 다시 아래를 한 번 가리키며 “이제 알겠소?” 하고 물었다. 이고가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선사가 말했다. “달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소.”

도는 자연현상과 같이 있는 그대로 진실하고 평범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중은 특별한 경험이나 체험에서 도를 찾는다. 조주스님이 어느 날 약산을 찾아가 물었다. “누가 불법의 큰 뜻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약산이 대답하였다. “개아가리를 닥치라(合取狗口)고 말하라.”

‘개아가리를 닥치라’는 약산의 말은 의미가 깊다. 당시 중국에서는 개를 마을에 풀어놓고 키웠다. 개들은 이집 저집 다니며 밥을 얻어먹었다. ‘개아가리’는 여기저기 법을 구하러 다니는 당시 수행자들을 가리킨다. 조주는 당시 수행자들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꿈 같고 허깨비 같은 허공 꽃을 헛되이 붙잡는구나. 마치 양처럼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입에 주워 넣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내가 약산 스님을 뵈었을 때 스님에게 ‘어떤 사람이 와서 법을 물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약산스님은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법을 물어오면 다만 ‘개 아가리를 닥쳐라’ 하는 말로 가르치라고 하였다. 그러니 나 역시 말하리라. 개 아가리를 닥치라고. ‘나’라고 여기면 더럽고, ‘나’라고 여기지 않으면 깨끗하다. 그렇게 사냥개처럼 얻어먹으려고만 해서야 불법을 어디서 찾겠느냐. 천 사람이고 만 사람이고 모조리 부처 찾는 놈들뿐이니, 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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