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변화

  • 서홍명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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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5   |  발행일 2019-05-15 제12면   |  수정 2019-05-15
[시민기자 세상보기] 변화

어릴 적 매일같이 지나다니고 들르던 대구 서문시장. 근처에 살았기에 손에 동전 한 푼이라도 쥐어지면 입천장이 델 만큼 뜨거운 국화빵을 사 먹었다. 호주머니가 조금 두둑한 날엔 난전에서 국수도 호떡도 사 먹을 수 있었던 그곳의 추억이 지금도 아련하다.

서문시장은 전국 3대 전통시장으로 손꼽힌다. 조선 중기 오일장으로 시작해 과거 ‘대구장’으로 불렸다. 서문시장은 17세기 대구읍성 서문 밖으로 이전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서문시장 터전은 당초 ‘성황당못’이라 불리던 늪지대였다. 저지대를 정비하기 위해 객토가 상당량 필요했다. 현재의 내당동, 비산동 등 고지대에 있던 고분군 봉토를 실어다가 그곳을 메웠다고 전한다.

삶이 바빠 자주 가지 못하다가 실로 오랜만에 서문시장을 찾았다. 아내와 같이 들렀는데, ‘먹는 게 남는 장사’인지라 국수도 호떡도 필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전에는 풍성한 먹을거리가 장 보는 이들의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전통시장의 필수 품목 아니겠는가. 호떡도 국수도 세월에 따른 변화는 있었다. 호떡은 설탕에 땅콩, 호두 등 몸에 좋은 견과류가 첨가됐다. 옛날 국수는 첨가물이 거의 없고, 그냥 멸치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담아 손가락을 푹 집어넣어 건네줬다. 그래도 참 기가 막히게 꿀맛이었다. 가만히 보니 요즘 국수는 계란 부친 것에다 미나리 혹은 부추, 때론 고기고명까지 얹어준다.

비단 변화가 이것뿐이랴. 주차도 수월하고 다양한 상품이 즐비하다. 1~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 상가 등 6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서문시장에서 영업하는 점포수는 4천600곳 이상이다. 상인수는 약 2만명이다. 시장에서는 주단과 포목 등 섬유관련 품목과 한복, 이불, 의류, 그릇, 공예품, 청과, 건어물, 해산물 등 없는 게 없다.

옛날 서문시장은 전통시장 특유의 분잡함과 간혹 손님과의 언쟁, 상인끼리의 싸움과 시끄러운 소리로 뒤엉켜 정신이 혼미한 곳이었다. 예전의 무질서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고, 차분하게 돌아보고 사고 싶은 것도 살펴볼 수 있어 편안했다. 오랜만에 들른 서문시장의 느낌은 친절하다는 것이다. 설명도 잘 해 주고, 구매의욕이 생기도록 대접을 깍듯이 해 준다고 느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듯 정찰제 가격으로 상품에 신뢰를 얻고 있는 듯 했다.

2000년대 들어 2번의 대화재를 경험하면서 서문시장은 ‘전통시장! 변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어 반갑다. 2016년 6월 개장한 야시장은 대구 명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봄·가을에 열리는 “봄내음축제”와 “가을축제”는 한류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니 더 기쁘다. 대구의 관광자원을 홍보하는데 서문시장이 앞장서면 좋겠다.

1919년 서문시장 상인들의 드높았던 3·1 만세운동의 정신처럼, 지금도 여전히 서문시장은 대구 정치 1번지다.

대구시민의 애환이 서린 서문시장은 각국 관광객과 더불어 오래할 것이다. 침체된 국내 경기가 빨리 풀려 서문시장도 야시장도 더 번창한 모습을 그려본다.

서홍명 시민기자 abck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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