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유랑지구’의 중국,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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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中 경제발전 궁극적 목표인

사회주의 정신문명 핵심은

자본주의 아니라 조상의 꿈

평등과 조화의 중화주의를

美 대신할 당위성으로 삼아

윤재석 경북대 사학과 교수
작년 7월 시작된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양국간 무역협상이 실패하면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협상의 주된 결렬 요인은 불공정한 통상·산업 정책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야만 ‘무역게임’이 공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설령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미국의 겁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양국간 무역 전쟁은 단기적 경제 전쟁이 아니라 정치와 군사 및 문화의 주도권을 다투는 세계 패권 쟁탈의 전초전일 뿐이기 때문이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이래 미국을 비롯한 기성 자본주의국가들은 ‘중국기회론’을 부르짖으며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자신들의 ‘하도급공장’으로만 남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일개 하도급공장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최신 과학기술의 열매까지 쟁취하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되레 역조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고, 이제 중국은 기회의 땅에서 위협의 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서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대국으로서의 위엄과 포용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이는 트럼프의 지독한 상인 정신에 더하여 턱밑까지 다가온 중국 위협론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다.

무역 전쟁의 결과는 양측 당사자의 패배는 물론 세계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중론에도 불구하고 ‘관세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미국 대통령의 결기는 마치 아편전쟁을 획책한 과거 제국주의 영국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값싸고 질긴 방직물로 중국시장을 석권할 줄 알았던 영국이 중국의 차와 도자기의 과다 수입으로 무역역조를 당하게 되자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판매하였고, 급기야 세계사에서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아편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편전쟁이 유발한 굴욕의 역사와 충격이 중국현대사에 굴곡진 파고를 만들었으나 그것이 오늘의 중국을 낳게 하였고, ‘동아시아의 늙은 병자’로 취급되던 중국은 급기야 미국과 세계 패권의 자웅을 겨루는 경지에까지 오른 것이다.

현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표방한 시진핑 주석의 거침 없는 행보는 압도적 힘을 배경으로 한 ‘강한 중국 만들기’로 굴기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주도할 ‘슈퍼차이나’는 아편전쟁 이래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자국의 역사 속에서 개발한 중국적 특색의 발전모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의 전세계적 연결을 통하여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벨트를 구축하고자 하는 ‘일대일로’ 사업은 고대 한나라 이래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고, 2021년의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와 2049년의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실현하고자 하는 꿈은 ‘예기’에 실린 공자의 이상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발전의 미래 청사진을 서구 자본주의의 길이 아니라 자국의 과거사로부터 찾고자 하는 중국의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중국제조2025’처럼 첨단 과학기술을 응집한 제조업과 4차 산업분야는 서구의 것을 차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인 사회주의 정신문명의 핵심은 서구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조상이 꿈꾸어온 온 평등하고 조화로운 중화주의적 세계를 지향하며,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미국을 대신해야 할 당위성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꿈이 헛된 일장춘몽일지의 여부는 2049년 이후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 초 개봉된 중국의 공상과학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에는 미래 지구의 구원자로서 미국 아닌 중국이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 8천억원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렸으나 이외 지역에서는 신통찮았던 이 영화의 함의는 작지 않다. “이 세상에서 바뀌지 않는 것은 바뀐다는 것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윤재석 경북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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