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호크니의 사진 콜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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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5   |  발행일 2019-05-15 제30면   |  수정 2019-05-15
20190515
Pearblossom Highway
20190515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일상 속에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람의 수만큼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차별이 아니라면 생각은 자유다.

생각의 자유를 눈과 손을 통해 실험을 거듭하며 명성을 얻은 화가가 있다.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다. 그의 명성이 생존 작가 최고가 경신이라거나, 성적 취향에 대한 선입견은 왜곡된 시각이나 편견에 빠지기 쉽다. 호크니의 작품이 흥미를 끄는 것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재미와 장난기를 진지하게 조합하는 그만의 독창성을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이런 그의 매력은 1960년대 이후 미술사를 배회하면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그리고 무대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무엇보다 호크니는 고정된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다. 그의 생각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억을 품고 있기에 같은 곳에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기억을 바탕으로 눈이 가닿는 곳, 보는 눈과 그리는 손이 만나는 순간순간의 생각이 녹아있다. 이처럼 호크니의 예술은 장르를 넘나들며 눈과 손 그리고 생각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보고 감각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 가다보면 그의 생각을 통해 나의 생각을 보게 되고, 그 순간 그림 너머에 있는 세상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콜라주인 ‘Pearblossom Highway’는 호크니가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수의 눈, 정지된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탐구정신이 담긴 작품이다. 이것은 로스앤젤레스 외곽 사막에 펼쳐진 도로의 경치로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800장이 넘는 사진을 통해 시점과 공간을 연구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곳을 보는 시각적 관찰이 담긴 이 작품은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수백 개의 관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 사진 콜라주는 세상을 보는 시각에는 여러 관점이 작용하고 생각에는 해석이 담긴다는 것이다. 큐비즘을 연구한 호크니의 시각은 완전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조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의 사진 콜라주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호크니의 화풍은 그의 삶 속에서 변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의 대담한 그림은 캘리포니아의 밝은 햇살만이 아니라, 삶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보이는 것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정해진 규칙 없이 순간순간 그 자신의 눈과 손 그리고 생각에 따르는 것이었다. 한 작가의 작품 앞에서 느끼는 깊이와 울림, 그것은 화가의 눈과 손과 생각의 비전이 감상과 통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현대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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