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서스페리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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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7   |  발행일 2019-05-17 제42면   |  수정 2019-05-17
호러영화 클래식 재탄생
아름답고 전위적인 공포
캐릭터 개성 더해 1970년대 동명영화 리메이크
무용 아카데미 입단해 기이하고 두려운 일 겪어
[금주의 영화] 서스페리아

1977년 독일 베를린. 거리에 울려퍼지던 “바더 마인호프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뒤로 한 채 누군가에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가 정신과 의사 클렘페러(틸다 스윈튼)를 찾아온다. 패트리샤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헬레나 마르코스 무용 아카데미 단원이다. 클렘페러를 만나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그는 “그 여자들은 마녀”라며 자신이 그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클렘페러는 패트리샤의 말이 망상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이후 그의 실종이 무용 아카데미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패트리샤의 빈자리를 채운 건 미국에서 온 수지 배니언(다코타 존슨)이다. 수지는 특유의 거침없는 태도와 신들린 듯한 춤 동작으로 유명 안무가인 마담 블랑(틸다 스윈턴)의 관심을 끌고 무용단의 대표작 ‘폴크(VOLK)’의 주연 자리를 따낸다. 하지만 공연이 다가올수록 아카데미의 단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수지가 악몽을 꾸는 일도 잦아진다.

‘서스페리아’는 1970년대 컬트 호러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연출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아이 엠 러브’(200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루카 구아다니노가 맡았다. 감각적인 색채와 표현주의적 미장센으로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작은 각 캐릭터의 개성을 더해 인간 본질의 불안하고도 변화무쌍한 모습과 1977년 당시 독일 사회의 음울하고 폭력적인 풍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불균일한 이 만남은 기묘한 무의식의 세계로 치환돼 충격과 공포, 혼돈으로 영화를 감싼다.

‘서스페리아’는 수지가 무용 아카데미에 입단해 기이하고 두려운 일들을 겪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정작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아카데미를 이끄는 마담 블랑을 포함한 세 마녀들이다. 누군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의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들은 탐미적이고 다층적인 결을 품고 있는 이 이야기의 미스터리함을 한층 극대화시킨다.

영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건 수지의 단짝이자 패트리샤의 절친인 사라(미아 고스)가 클렘페러로부터 마녀의 존재를 전해 들은 후다. 이 과정에서 춤을 통한 음험한 이미지는 더욱 짙게 표출되는데, 아카데미를 벗어나려다 거울방에 갇히게 된 올가(엘레나 포키나)를 포착하는 것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이 컷은 다시 수지가 블랑의 지도에 따라 추게 될 격정적인 춤과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올가의 신체는 수지의 움직임에 따라 기묘하게 뒤틀리는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한다. 생성과 파멸이 한데 뒤얽힌 이 춤은 리메이크작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여자들의 복잡한 마음과 그들의 세상에 매력을 느꼈다”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관객들의 마음에 이 영화의 이미지가 깊이 새겨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흥미롭게 재해석한 그는 폭력에 대한 불길한 징조와 두려움을 무용 아카데미 안의 세력 다툼으로 치환해 이를 아름답고 전위적인 공포영화로 승화시켰다. 1인3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틸다 스윈튼을 다시 주목하게 된다.(장르:공포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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