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길홍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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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모기자
  • 20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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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혁신으로 규제 혁신…유연한 사고 자리잡는 계기 되길”

길홍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이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규제 혁신이 우리 사회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습니다. 시장 변화는 예측이 힘듭니다. 정부보다는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주도 성장패러다임에서 시장주도 성장패러다임으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곳곳에 시장통제적 사고가 지배적입니다. 규제 혁신은 단순히 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구호로만 여겨졌던 4차산업혁명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무인점포가 생기고, 인공지능(AI)이 기사를 작성하고, 로봇이 산업현장·생활주변에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기존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국민 성과 보고회를 준비 중인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길홍근 사무총장을 만났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국장)을 역임한 길 사무총장은 역대 가장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산업규제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신산업 우선허용체제’ 도입을 포함한 규제 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길 총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영국 켄트대 국제정치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음은 길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시장진입 제한하는 사전규제 많아
혁신카테고리 만들어 신기술·상품 지원
사후 규제로 전환해 기업의 활동도 도와

학생들끼리 문제 해결하는 佛 IT혁신학교
우리사회도 학교에서 협업하는 능력 키워
新산업 출현 막는 사회적 칸막이 없애야

정부, 과거의 시장통제적 사고 탈피하고
시장은 자율성에 따른 책임성 강화 필요

▶정부의 규제 혁신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우선 유연한 입법방식으로 우리 입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입법방식의 혁신’, 그리고 일정조건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여 신제품이나 신서비스 출시를 허용해 주는 규제샌드박스라는 혁신제도를 도입했다. 둘째, 대한민국 최고의 민간 전문가 120명으로 구성된 신산업 규제혁신위원회를 통해 신산업현장 규제를 혁파하고 있다. 셋째, 미래 기술발전을 예측해 ‘미래지향적 규제지도’를 작성해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없애는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의 3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 성과를 소개한다면.

“그동안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를 통해 500여건의 핵심규제들을 혁파하였고 규제신문고, 기획과제 등을 통해 수천여건의 규제를 해결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 규제개선 사례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의료기기 규제혁신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개인정보 규제혁신 △입국장 면세점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연간 4천800만여건의 정부사업비 영수증을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등 온라인 전자문서 활용을 대폭 확대했고, 스마트 미터(IOT 전기계량기)를 법정계량기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규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3월28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으로 마침내 ‘규제혁신 5법’ 모두가 국회를 통과했다.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법 △지역특구법 4법에 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은 신산업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을 명문화해 우리 법체계가 미래 신기술과 신산업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입법방식규제측면에서 혁신을 위한 제도적 틀이 갖춰졌으니, 잘 운용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새로움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문화가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입법방식규제 측면에서 혁신을 위한 제도적 틀이 갖추어졌다는 의미는.

“사실상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사전규제적 입법방식으로 정한 법규정들이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게 사실이다. 과도한 시장통제적 사고와 정교한 입법방식이 결합된 결과다. 이같은 사전규제적 입법방식을 신산업·신기술을 우선허용할 수 있도록 입법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그동안 제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개념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정의했던 것을 신제품과 신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법적 개념을 폭넓게 정했다. 또 경직된 분류체계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혁신카테고리를 두는 방식으로 유연하고 폭넓게 규정하도록 했다. 일례로 트위지 같은 초경량 전기승용차의 경우 우리나라의 차량 분류체계에 없어 시장출시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젠 유럽처럼 혁신카테고리를 두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의 네거티브 규제방식, 마지막으로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했다.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우선 허용하고 잘못된 것은 나중에 바로잡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 기업에 대한 불신이 많다.

“신산업우선허용체제의 핵심메시지는 이제는 시장을 믿고 신뢰사회로 가자는 것이다. 신뢰가 구축돼야 서로 다른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융합하고 협업하는 문화도 조성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야간 융합과 협업에서 혁신이 나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득권과 기존 가치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높은 칸막이가 형성돼 있어 새로운 시장 플레이어의 등장과 신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 신산업규제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신산업우선허용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 곳곳의 칸막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우리 사회에 부족한 협업역량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에서부터 협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프랑스의 IT 혁신학교인 ‘에콜 42’는 교수 없이 오직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걸 배운다. 학생들은 난관에 부딪히면 난상 토론을 벌이며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도 이 같은 협업능력을 키우는 교육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이런 정신은 자비엘 니엘이라는 동일 창업자에 의해 설립된 ‘스테이션 F’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여개의 글로벌 대기업과 1천개가 넘는 혁신스타트업이 협업을 통한 혁신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창업자 문제의 90% 이상은 다른 창업자들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과 경험에서 출발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위를 선점하고자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도국가들의 노력을 보면서 세계를 경영해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경영능력이며, 그 핵심이 ‘협업하는 역량’이란 생각을 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상응하는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협업과 융합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칸막이를 허물고, 우리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정부 주도의 혁신이 신뢰란 사회적 자본 구축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주도에서 시장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지가 2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는 과거의 시장 통제적 사고가 여전하다. 저신뢰 사회로 인해 규제가 강화돼 국민과 기업을 구속하는 악순환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생태계를 일으키려면 혁신하는 기업에 기회를 줘야 한다. 혁신하는 개인에게 보상과 희망이 따라야 한다. 더불어 정부혁신과 함께 시장도 변해야 한다. 시장은 주어지는 자율성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강화해야 하고, 우리 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사회 일반의 지지가 있을 때 비로소 큰 변화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 전반의 혁신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건이자 생존의 문제다.”

글·사진=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길홍근 사무총장은.

△1961년 대구 출생 △경북고 졸업 △영국 켄트대 국제정치학부 정치학 박사 △서울대 정치학 학사·정책학 석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 △국무총리 공보기획비서관 △외교부 주벨기에 유럽연합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OECD 규제정책위원회 의장단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 경제규제관리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2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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