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정부, 정책 방향 수정하라는 苦言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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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8   |  발행일 2019-05-18 제23면   |  수정 2019-05-18

경제상황은 경제지표로 나타난다. 시차에 의한 체감 오류는 있을망정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총체적으로 보면 경제는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말엔 동의하기 어렵다. 17일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한 1분기 상장기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나 감소했다. 어닝 쇼크다. 지난 4월 실업률은 4.4%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1분기 설비투자는 10.8% 줄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투자·고용 같은 거시지표든, 기업실적·가계소득 같은 미시지표든 ‘성공’이란 수사(修辭)를 붙일 계제는 아니다.

대내외 환경도 엄혹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타결을 예단할 수 없고, 원화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6일 열린 2019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지난 2년간 거액의 일자리 자금을 퍼붓고 2년 연속 추경을 편성했지만 실효는 없었다. 고작 한시적인 노인 일자리만 늘어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재정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지출보단 기업의 역동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할 때다. 그래야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내년 최저임금 동결 같은 파격 조치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장기적으론 옳은 방향이라는 한가한 소리만 할 때가 아니다. 시장 수용성을 감안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 주 52시간 시행으로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든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부작용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전력은 올 1분기 6천299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고, 지난 15년간 태양광 패널 설치로 황폐화된 산림이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한다.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탈원전 정책의 로드맵을 다시 짜는 게 순리다. 경제상황, 환경문제, 미세먼지, 재생에너지 기술 및 발전 비용 등을 고려해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얘기다. 당분간은 현재의 원전 발전 비중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당연히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국민여론은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쪽이 우세하다. 사회·경제 원로들도 정책 방향의 수정을 고언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발언만 계속해선 곤란하다. 도그마에서 벗어나 정책 전반을 리뉴얼 하겠다는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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