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환경관리원 고시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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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0   |  발행일 2019-05-20 제31면   |  수정 2019-05-20

힘든 직업의 대명사였던 환경관리원(종전 환경미화원)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공채에 대비한 재수와 삼수는 기본이다. 환경관리원 ‘고시(考試)’란 말까지 생길 정도다. 구미시가 지난달 26일까지 환경관리원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무려 30.8대 1이었다. 10년 만에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마감된 경북도 9급 지방직 행정공무원 경쟁률 12.5대 1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구미시 환경관리원 고시는 2009년 55대 1로 최고의 경쟁률을 보인 이후 2010년 33대 1, 2013년 18.4대 1, 2015년 17.8대 1, 2017년 21대 1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환경관리원 고시 지원자 학력은 대학원졸 1명(0.5%)을 비롯해 대졸 95명(51.4%), 고졸 83명(44.9%), 중졸 이하 6명(3.2%)이다. 연령별로는 30~40대 청장년이 80%에 이른다. 여성 응시자는 16명(8.6%)이다. 올해 구미시의 공채에는 10여차례 도전한 50대도 있다. ‘○○○아들 환경관리원 고시 합격’이라는 현수막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3D(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직업을 대표하던 환경관리원이 당당한 직업으로 바뀐 것은 정말 다행이다. 환경관리원 경쟁률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 경쟁률보다 높은 것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문득 환경관리원 채용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 봤다. 장기 불황과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괜찮은 연봉과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층들이 대거 몰리는 또다른 이유로는 공무원과 같은 정년과 다양한 복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초임 환경관리원의 연봉은 4천200만원 정도다. 일은 힘들지만 가계 꾸리기에는 적잖은 수준이다.

환경관리원 선택 기준이 안정적인 직장 때문이라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전반적인 경기 하락세가 다시 회복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공무원 직업을 선호하는 이상한 사회를 만든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던지고 싶다. 환경관리원 고시 속에 숨어있는 청년들의 고뇌를 아느냐고. 그들의 삶에 앞으로 어떤 용기와 희망을 줄 거냐고.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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