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위로하는 태권브이…갤러리 히든스페이스 개관展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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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1   |  발행일 2019-05-21 제24면   |  수정 2019-05-21
금속·악기 이질적 만남 통해
휴머니즘 전하는 김택기 초청
인간 위로하는 태권브이…갤러리 히든스페이스 개관展
김택기 작
인간 위로하는 태권브이…갤러리 히든스페이스 개관展
히든 스페이스 박진향 대표(왼쪽)와 김택기 작가가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봇 태권브이가 음악과 만났다.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켠다. 표정은 우수에 차 있다. 로봇 태권브이가 대구지방법원검찰청 근처의 갤러리 히든 스페이스(Hidden Space)에 등장했다. 김택기 작가(48)의 작품이다. 히든 스페이스는 대구에서 LED 조명·전광판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CEO 박진향 대표가 마련한 갤러리다. 20일 문을 열었다. 개관기념으로 김택기 작가를 초대했다.

박 대표는 “7년전 경기도 양주의 장흥아틀리에를 찾았다가 건물 외벽 모서리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로봇 태권브이를 보고 갤러리를 오픈하면 꼭 초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컬렉터로 활동했다. 사업 초기 사무실을 봉산문화거리에 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과 가까워졌다. 박 대표는 “작가들과 꾸준히 교류했다. 작품을 할부로 구입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대구시공공디자인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는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김택기 작가는 2009년부터 로봇 태권브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팡데옹 소르본 파리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2007년 귀국해 사기를 당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09년 어느날 돌아가신 누나가 꿈에 나타났고, 어린시절 심취했던 로봇 태권브이가 떠올랐습니다.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색소폰을 부는 로봇 태권브이를 만들었는데, 너무 쓸쓸해보여 펑펑 울었습니다.” 작가는 서로 다른 언어가 만나면 뭔가 다른 감정이 생겨난다는 생각에 음악을 연주하는 로봇 태권브이를 제작했다. 차가운 금속과 따뜻한 음악을 결합시켜 예술적 언어를 만들어낸 셈이다.

왜 음악일까. 작가는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준 위대한 선물이다. 로봇 태권브이가 음악을 함으로써 인간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휴머니즘이 깔린 로봇 태권브이다. 로봇 태권브이는 색소폰, 첼로, 콘트라베이스, 트럼펫을 다룬다. 악기에는 컬러를 입혔다. 악기가 가진 특성을 색감으로 표현했다. 로봇 태권브이가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작가는 금속의 선을 이용해 로봇 태권브이를 만든다. 덩어리가 아닌 선으로 공간을 만들면서 강력한 로봇이 아닌 연약하고 인간적인 로봇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바람은 물론 시간마저 통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골프를 치거나 지휘를 하는 로봇 태권브이도 볼 수 있다. ‘기다림’이라는 제목의 로봇 태권브이 인젝션 키트도 있다. 6월21일까지. (053)751-5005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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