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구경북 산업간 연계와 융합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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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1   |  발행일 2019-05-21 제31면   |  수정 2019-05-21
[CEO 칼럼] 대구경북 산업간 연계와 융합 제고

대구에는 한약재를 사고파는 약령시(藥令市)가 있다. 조선 효종 무렵 창시되어 가장 오랜 기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경북의 안동, 영주 등지가 한약재의 명산지였으나 교통이 불편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경상도의 행정·교통 중심지인 대구에 시장이 서게 된 것이다. 맹자의 절장보단(絶長補短)과 같이 두 지역의 장점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여 대구에 약령시가 발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구와 경북은 과거부터 경제를 기반으로 상생, 협력하는 관계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뤄온 우리경제는 제조업의 약화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반면 제조업 비중은 낮다.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대기업이 거의 없고, 특화업종 대부분이 중소기업 위주의 부품산업이라서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마케팅 애로 등 당면한 문제 극복에 어려움이 있다. 주력산업이던 섬유산업의 쇠퇴와 더불어 효율성과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구조로 인해 산업생태계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경북은 제조업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체계를 통하여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을 선도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대기업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후속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수직·폐쇄적인 가치사슬 구조와 산업단지의 노후로 제조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청년인력과 고급 기술인력 등 인적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구 약령시의 사례와 같이 예로부터 대구와 경북은 역사·지리·문화적으로 한 뿌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있다. 대구경북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강점을 강화하는 동시에, 상호 보완적인 경제와 산업구조를 형성하는 광역경제권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인재를 공급하고 미래 신산업 발전을 담당하는 대구와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경북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대구의 우수한 인력양성 체계를 통해 경북에 필요한 전문 산업인력을 공급하고, 다양한 혁신기관은 기업의 새로운 기술개발과 산업 간 융복합화를 통해 제조생태계의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도심과 인접한 산업단지의 첨단 지식기반산업 유치와 첨단소재, 로봇산업 등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의 육성은 자생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경북 제조업과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경북은 활력이 떨어진 전자, 철강, 자동차 부품 등의 제조기반을 업그레이드하여 첨단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노후된 산업단지는 청년친화형으로 리모델링하여 수도권 진출을 선호하는 대구의 많은 청년 인재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권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과 산업정책의 광역권 확대도 병행되어야 한다.

약령시는 한약재의 매매와 유통 이외에 보건·의료적 기능도 담당했다. 약령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약전골목에는 지금도 한약방과 제탕·제환소가 즐비하다. 한의약박물관, 체험관 등이 들어서고 매년 한방축제도 열린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 또한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지역 산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제품가치 중심에서 서비스 융·복합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구의 상업·물류·의료 등의 서비스 산업과 경북의 제조 산업 간 연계와 융합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와 가치사슬의 고도화로 발전하여 지식기반 창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한강 이남 최고의 의료기관 집적을 자랑하는 대구경북은 공동으로 대구혁신도시 내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였다.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이 우수한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의료산업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산업거점으로서의 저력과 기반이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다.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제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역의 산업 분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연계와 융합의 관점에서 광역경제권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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