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아파트 ‘줍줍시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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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2   |  발행일 2019-05-22 제1면   |  수정 2019-05-22
高분양가·대출규제로 미계약
부자들 무순위 청약으로 매입
수성구 아파트 ‘줍줍시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던 일명 아파트 ‘줍줍’ 바람이 수성구에도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줍줍’은 청약조건과 대출규제가 까다로운 투기과열지구에서 미계약 물량이 발생할 경우 현금부자나 다주택자들이 이들 물량을 ‘주워가는(줍줍)’ 현상이다.

2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두산동 레이크 푸르지오는 지난 20일 전체 공급물량(332세대)의 61%가량인 203세대에 대해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그 결과 평균 경쟁률이 10.4대 1을 기록하면서 지난 4월 진행됐던 1순위 평균 경쟁률(8.5대 1)을 크게 넘어섰다. 특히 전용면적 109㎡타입은 23.6대 1로 1순위 경쟁률의 6배를 기록했으며, 142㎡타입은 40대 1(8배), 152㎡타입은 109대 1(7.5배)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순위의 경우 청약 자격은 제한이 없어도 대출규제는 같다. 이처럼 무순위 청약에서 중대형 모델의 청약률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현금부자가 몰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같은 ‘줍줍’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 20일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에 나서는 단지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500%로 확대(기존 전체 공급 물량의 80%)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청약에 당첨되고도 포기하는 이유가 고분양가와 대출규제 탓이어서 결국 무순위 청약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달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인 수성 범어 W도 전용면적 85㎡의 일반 분양가가 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최소 2억원 이상의 현금 보유자만이 아파트 계약이 가능하다.

지역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작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는 당첨이 된다고 해도 대출의 어려움 때문에 청약을 포기해야 할 판이나 돈 있는 사람들은 이처럼 ‘줍줍’을 통해 쉽게 수성구 내에서 신규분양을 받아 장기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주택자와 1가구 주택자에게는 대출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현금부자에 실수요자들이 밀려나는 ‘줍줍’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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