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검·경 수사권 조정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5-22   |  발행일 2019-05-22 제31면   |  수정 2019-05-22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슈를 다루는 문재인정부의 대처방안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옥상옥(屋上屋)의 기구를 설치하는 데 골몰해 정권의 힘만 키우는 개악(改惡)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이른바 당·정·청 회의를 갖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지휘권을 경찰로 돌려줌에 따라 예견되는 경찰의 비대화를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당·정·청은 경찰청장 휘하 경찰의 권력을 통제할 별도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신설을 제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의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된다. 국가경찰은 다시 일반경찰과 수사경찰로 나뉘고, 수사경찰은 국수본에 소속되는 방식이다. 비대한 경찰 조직을 쪼개는 한편, 수사경찰은 아예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견제를 시키겠다는 의미다.

좋은 취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같은 새로운 권력 기관을 과연 누가 또 통제하느냐는 부분이다. 종국적으로 대통령 중심제인 권력체계상 이는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제왕적 대통령제란 단점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수본 본부장은 임기 3년 단임의 개방직으로 한다고 했지만, 인사권은 경찰위원회 후보 추천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행사한다.

국수본은 앞서 검찰 통제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병렬되는 구조다. 공수처는 검사는 물론 경찰 고위직에다 판사까지 감시하는 체제다. 공수처장도 국수본 본부장처럼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는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과 여야 당 지명직 인사가 들어가게 돼 수적 구조상 집권세력의 입김, 즉 대통령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공수처의 25명 검사 임용도 인사위원회가 구성돼 추천하는데 현실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체제라 하기 어렵다.

결국 공수처와 국수본은 친(親) 정권성향으로 흐르기 쉽고, ‘정권의 칼’이 될 수 있다. 기존의 검찰·경찰 조직에다 별도로 이들 조직까지 가세해 당장 4곳의 권력기관이 대통령을 향해 충성경쟁을 벌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독점적 수사·기소권을 제어하겠다고 시작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옥상옥의 권력기관 남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말 그대로 검찰과 경찰의 권력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돼야지, 괜히 복잡한 제도들을 남발한다면 국민적 혼선만 키울 수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