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민·재산 유출 부추기는 상속세 폭탄, 손봐야 한다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5-22   |  발행일 2019-05-22 제31면   |  수정 2019-05-22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고수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다. 상속세 폭탄을 피하려는 재력가들의 해외 이주가 증가하고, 급증하는 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인·자산가로부터 많이 거둬서 많이 풀겠다는 게 현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상속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국내에서 가업 승계가 어려워진 재력가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 나갈 경우 국부도 함께 유출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부의 재정 확대에 발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470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6조7천억원의 추경안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오그라든 내수를 되살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경제 원론적 처방이다. 그러려면 많이 거둬 곳간을 채워야 한다. 여당이 증세 카드를 꺼내는 배경은 국민 반발을 무릅쓴 고육책이라 하겠다. 당연히 세원 발굴이 최대 관건이다. 증세 대상·범위 등을 놓고 징세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일단 서민층의 조세저항을 피하기 위해 부자 증세부터 거론하는데 재력가들도 대책을 찾고 있다.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의 재력가·자산가들이 상속·증여세가 없거나 세율이 아주 낮은 캐나다·싱가포르 등지로 이민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외교부에 해외 이주를 신고한 인원은 2천200명이었다. 이는 2016년 455명·2017년 825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민컨설팅 업체에 이민 관련 상담을 한 인원도 2~3년 전보다 3배 정도 늘었다. 과거에는 자녀 교육·취업을 위해 이민하려는 30~40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속을 위해 이민을 고려하는 50~70대가 많다고 하니 정부는 현 실상을 되짚어 볼 일이다.

이런 상속세 기피 이민 증가와 관련, 경제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다, 주52시간 근무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판국에 법인세율까지 올리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거대기업과 재력가에 대한 세금 부과로 제한하면 일단 일반 국민의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재정 확대를 위한 증세가 절실한데 신중하게 형평성을 따져 처리할 일이다.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국민 편익을 늘리는 방안을 여·야 정치권과 함께 협의해 도출해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