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식물성 고기’ 출시…진짜 고기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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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선우기자
  •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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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대 유망기술‘대체육’

올해 메가 트렌드 가운데 10대 유망기술로 꼽히는 ‘대체육(인공고기)’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예측 회사 WGSN의 전망이 적중했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사 ‘비욘드미트(BeyondMeat)’가 지난 2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의 2.6배로 주가가 급등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비욘드미트의 나스닥 상장 첫날인 이날, 공모가 25달러보다 40.75달러 높은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률은 163%다. 시가총액은 37억7천600만달러(약 4조4천205억원)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화려한 나스닥 신고식으로 평가된다. 이어 식물 대체육 업체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가 장외에서 3억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푸드 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기업가치도 20억달러(2조3천억원)에 달한다. 세포공장의 고기를 먹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헴’ 만드는 유전자, 효모와 발효
단백질 추출 후 코코넛오일 섞어

국내 온라인 쇼핑몰서 판매 시작
햄버거 패티 227g 1만2천900원
식물성 닭고기·크럼블 유통예정

고기맛·향 구별하기 힘들단 평
씹는 맛·식감이 아쉽단 후기도

환경문제로 대체육 시장 ‘주목’
축산업계 반발·식습관 벽 넘어야


◆콩인가 고기인가…전 세계 화제 ‘비욘드미트’ 국내 판매

과거 콩고기로 대표되는 ‘식물성 고기’는 콩을 갈아 글루텐으로 굳혔다. 콩에서 기름과 탄수화물을 쏙 빼고 남은 건더기를 고기처럼 뭉친 탓에 담백한 맛이나 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없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코코넛오일을 섞어 만들었다. 제조과정이 달라 실제 익힌 고기와 유사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가 아니라 ‘채소로 만든 가짜 고기’인 것이다.

두 회사는 콩과(科) 식물의 뿌리혹에서 헴 분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 유전자는 맥주를 만드는 미생물인 효모에 끼워 넣어 발효 방식으로 생산했다. 콩·아몬드·밀을 이 헴 분자와 섞어 실제 소고기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를 개발했다. 이들 회사의 제품은 세계 곳곳의 채식주의자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2015년 첫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출시한 뒤 전 세계 3만5천여 매장에 식물기반 대체육을 공급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임파서블푸드에서 만든 햄버거 패티는 미국 전역 5천개 이상 레스토랑과 버거 체인점에 공급된다.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국내에서도 팔리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12월 미국 비욘드미트 제품의 정식 수입 계약을 맺고 지난 2월 온라인 쇼핑몰 판매를 시작했다. 햄버거 패티 두 덩이에 227g이며 가격은 1만2천900원이다. 동원은 구운 닭고기와 맛이 유사한 ‘비욘드치킨스트립’과 잘게 다져 밑간을 한 듯한 ‘비욘드비프크럼블’의 유통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채식음식점 ‘몽크스부처(Monk’s Butcher)’에서 비욘드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비욘드미트에 대한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통조림 햄 특유의 냄새가 풍기고 불맛도 느껴져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을 훌륭하게 구현해냈다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맛이나 향은 일반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씹는 맛에서는 인공적인 고기의 식감이 느껴진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주로 양배추와 케첩 등 다른 재료와 소스를 곁들인 햄버거로 먹을 때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패티만을 따로 먹으면 식감 차이가 난다는 의견들이다. 추후 기술 보완이 이뤄지면 맛과 식감, 향이 실제 고기와 거의 흡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환경 보호 위한 대체육…가격, 유전공학기술 우려, 식습관 개선 넘어서야

대체육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전 세계 대체육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세계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42억달러(약 4조7천500억원)였고, 2025년에는 75억달러(약 8조5천2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가 대체육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 때문이다. 축산업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5%를 차지한다. 그 절반이 소 15억마리에서 배출된다. 인류가 2050년까지 육류 소비를 그대로 이어갈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9% 증가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축이 필요 없는 대체육은 물도 절약되고 땅도 덜 필요하다. 분뇨 처리도 걱정할 필요 없다. 살아 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공장식 집단 사육을 할 이유도 없다. 포화지방, 항생제, 박테리아 감염 등 가축 사육으로 인한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체육이 미래 식품산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대체육은 식물육말고도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포함된다.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일본 등의 몇몇 업체들이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초기 개발을 끝내고 제품 상품화를 준비하는 단계다. 이르면 내년에 첫 제품이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배양육 버거를 시작으로 미트볼과 치킨, 오리고기, 스테이크, 소시지, 참치회, 연어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육이 넘어야 할 난관은 높다. 축산업계의 반발과 품질과 가격, 그리고 식습관의 벽을 넘어야 한다.

미국 축산협회는 대체육을 겨냥해 ‘가짜 고기’로 비판한다. 미주리주는 지난해 식물성이든, 세포 배양 방식이든 가축에서 나온 게 아니면 ‘고기(meat)’로 표시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대체육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기대치보다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보면 가축이 배양육보다 온난화 유발 효과가 덜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인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하지만 1천년이나 지속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12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소와 돼지에 비해 비싼 대체육 가격, 비싼 제조 과정에 쓰이는 유전공학기술에 대한 우려, 고기를 즐겨온 식습관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식문화를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식에만 기대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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