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팔공산 비로봉 내 방송탑·통신탑 이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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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3   |  발행일 2019-05-23 제29면   |  수정 2019-05-23
[기고] 팔공산 비로봉 내 방송탑·통신탑 이전하자
강민구 (대구시의원)

대구의 대표 명산 팔공산의 가치와 상징성을 복원하고 ‘1천만관광도시 대구’를 앞당기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 및 관계기관들이 힘을 합쳐 팔공산 비로봉 통신철탑 이전을 제안한다. 팔공산은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대구를 대표하는 명산이 됐다.

팔공산은 고려 태조 왕건과 유래한 명칭들, 원효대사의 구도의 길, 1천500년이 넘는 기간(493년·신라 소지왕 15) 우리나라 불교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 동화사 그리고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6점, 이와 관련한 역사적 스토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대구시 로고를 팔공산과 낙동강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만들고, 대구시청의 전화국번까지 팔공산을 연상시키는‘803번’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비로봉은 ‘모든 곳을 두루 비춘다’라는 뜻의 범어(梵語)인 비로자나(毘盧遮那)에서 따온 이름이다. 비로자나는 부처의 진신 즉 법신불의 존칭이며 부처의 깨우친 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강산을 비롯한 소백산, 오대산, 치악산 등 명산의 최고봉은 비로봉이란 이름을 쓴다.

팔공산 비로봉에는 제천단이 있는데 예부터 조상들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지다. 이처럼 역사적 종교적 소중한 가치를 가진 이 장소에 통신철탑과 방송철탑 그리고 통신시설을 방호하는 군사시설이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물론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는 어떤 것에도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 있어도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이 시설들을 굳이 대구를 대표하는 팔공산 최고봉에 수십 년간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도록 방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

광주의 사례를 보면 무등산 장불재와 중봉에 송신철탑과 군부대가 수십 년간 주둔해 경관과 환경을 훼손해왔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1997년 군부대의 이전을 이끌어냈고, 2015년에는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 이전협약도 이끌어냈다. 또한 방송·통신 철탑의 이전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군부대 이전터인 장불재 일원은 억새의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탐방로로 조성돼 지형과 식생의 복원사업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등산 정상일원은 생태복원사업으로 인해 2014년 국가 지질공원으로,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는 등 지역관광의 중심이 되었다.

서울시의 경우도 2009년부터 ‘남산르네상스’사업을 통해 통신탑과 남산의 경관을 훼손하는 건물들을 철거했고, 속리산의 경우도 최고봉인 문장대의 경관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철탑을 2013년에 철거했다.

이 사례들로 보아 군부대를 비롯한 통신시설들의 이전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팔공산 통신철탑 이전에 대구시가 정책적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지자체와 국방부, 통신사들과 협의를 해간다면 이 사업은 조속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비로봉 철탑의 행정구역은 경북 군위군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팔공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이를 타 지역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상생협력사업의 과제로 선정하여 팔공산의 여러 철탑들의 이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팔공산 통신탑 이전 문제는 많은 시민들이 오랜 기간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대구시의 행정관할이 아니라는 점과 국방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점 등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이유로 수십 년간 침묵하고 미뤄왔다.

이제 대구시가 다소 어렵더라도 여러 관계기관들과 협의를 이끌어내 팔공산의 뛰어난 가치를 회복시켜 ‘1천만 관광도시 대구’를 앞당길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강민구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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