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10주기와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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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4   |  발행일 2019-05-24 제23면   |  수정 2019-05-24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즈음해 참으로 눈길을 끈 인물이 있었다. 바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전날인 22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시간을 반추하고 추모했다. 입국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배지를 가슴에 달았던 그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선물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화가의 길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앞서 방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0분간 단독면담하고, 경제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23일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그 어떤 정치적 목적을 떠나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생각케 한다. 그는 재임기간 8년 중 5년간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때 ‘반미(反美)하면 어때’란 발언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종종 내비쳤고, 이에 당시 부시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쉬운 상대’라며 한 수 아래로 본다는 관측마저 있었다. 부시의 이번 추도식 참석은 그런 과거 이력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이는 두 정상이 서로의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양국간의 동맹적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국내 좌파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또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부시로서도 굉장한 원군을 얻었던 셈이다. 양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넘어 한·미 동맹이 중요하고 또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시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추도식 참석 자체만으로도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더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부시 전 대통령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언급은 수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당장 북한 핵문제를 놓고 나오는 한·미 간 이런 저런 인식 차이를 ‘노무현-부시’가 극복했듯이 차제에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한 정치인으로서 한국민에게 다가온 일련의 행보는 ‘정치의 품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영역도 그렇겠지만 국제정치도 개인 간의 유대, 끈끈한 신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쌓일 때 바람직한 목적을 유도하고 달성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도 그런 점을 숙고해 향후 대미(對美) 관계를 진화시키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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